9월 신규 신용대출금리 7.06%…2008년 이후 최고
은행권 총 대출잔액 627조…올 평균 0.51%p 올라
조달금리보다 대출금리 오름폭 커 이자부담 가중
은행권 총 대출잔액 627조…올 평균 0.51%p 올라
조달금리보다 대출금리 오름폭 커 이자부담 가중
가계대출 금리가 2008년 금융위기 뒤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아 ‘가계 빚 문제’를 키우고 있다.
2일 한국은행 통계치를 보면, 국내 은행권의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9월에 7.06%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5.81%)보다 1.25%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7%대로 오른 것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7.48%) 이후 처음이다. 신용대출 중 집단대출을 뺀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9월에 8.27%로, 2008년(8.44%)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8%대로 올랐다.
담보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신규) 금리는 지난해 평균 5.38%에서 올 9월 5.66%로 높아졌다. 잔액기준 총가계대출의 평균 금리는 지난해말 5.35%에서 올해 9월 말 5.86%에 달해 9개월 만에 0.51%포인트 올랐다. 8월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627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가계의 이자 부담이 9개월 사이에 3조2000억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는 지난 8월부터 본격화한 금융감독 당국의 대출 억제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인응 우리은행 잠실투체어스센터장은 “신규 대출을 억제하는 분위기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 깎아주기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게 돼 금리가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때 일선 지점장 전결로 적용하던 우대금리 폭이 줄어든 것도 실질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김 센터장은 전했다.
문제는 상승 폭이다. 지난해말부터 올해 9월말까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80%에서 3.58%로 0.78%포인트 오른 반면, 여기에 연동돼 움직이는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에 5.81%에서 7.06%로 1.25% 포인트나 올랐다. 은행들이 조달금리 상승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대출금리를 올려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금리 상승세는 10월, 11월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의 대표격인 국민은행 ‘직장인 신용대출’ 월별 첫째주 금리 동향을 보면, 9월 5.89~8.50%, 10월 5.97~8.58%, 11월 5.99~8.60%로 높아졌다.
은행권에서 밀려난 고객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려가면서 신용카드사 대출(카드론) 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국내 최대 신용카드사인 신한카드의 카드론 수수료 수입비율은 2분기에 17.22%에서 3분기에 17.47%로 올랐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카드론으로 꾸어줬다면 연 17만4700원을 고객들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입비율은 2분기 21.95%에서 3분기에 22.01%로 높아졌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가계 빚 문제 악화 우려에 대해 “은행권보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가계대출 흐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금리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나 은행권의 대출 심사 강화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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