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전 씨티은행장 내정설 퍼져
KB금융 회장 낙마 ‘배려성’ 추측
금융노조 “자율성 무시” 반발
KB금융 회장 낙마 ‘배려성’ 추측
금융노조 “자율성 무시” 반발
오는 24일 선출될 예정인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내정됐다는 설이 퍼지면서,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금융권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20일 은행연합회장 사전 내정설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회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도 개최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인물이 어떻게 내정됐다는 것인지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순수 민간단체인 은행연합회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정부의 꼭두각시를 내려보내려는 관치금융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설령 회장으로 내정된 인물이 관료 출신이 아니더라도 관료의 입김에 의해 밀실에서 선임됐다면 관피아(관료+마피아)와 하등의 차이가 없다”며 “회장 자리가 몇 달간 공석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회장 선임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는 박병원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24일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차기 은행연합회장을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회장 및 부회장, 10개 은행장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22개 회원사 대표가 모인 총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사회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금융당국을 통해 하영구 전 행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사회에 참여하는 은행장들은 이번 내정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장의 연봉 상한선은 기본급 4억9000만원과 성과급 최고 50%를 합해 7억3500만원에 이른다. 금융회사 관련 협회장들의 연봉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10명 가운데 민간 은행장 출신은 이상철(전 국민은행장), 신동혁(전 한미은행장) 전 회장 두 명뿐이었다. 여기에다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인 유시열 전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경제부처 출신일 정도로 회장 자리를 관료 출신이 독식해왔지만, 올해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더 이상 관료 출신이 오기 어렵게 됐다.
하영구 전 행장은 민간 은행장 출신이지만 금융당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케이비(KB)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서 최종 후보로 올라갔지만 낙마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하 전 행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 논란이 됐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내정설에 대해서도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가 “흐름(구도)이 좋아 보인다”고 언급하는 등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하 전 행장은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으로 근무했던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도 각별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케이비 회장 선출에서 낙마한 하 전 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배려성’ 인사가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황보연 김수헌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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