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내렸다. 신소영 기자
궁금증 ‘톡’
한 해 12차례, 매달 둘째주 목요일 오전 10시께 금융권은 ‘대기 태세’에 돌입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 발표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바뀌면, 은행권은 곧바로 내부대응금리(MOR)를 수정해 각종 금리를 조절하고, 증권가도 득실을 따져 채권 거래에 나선다. 기준금리 변경은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최근에는 일반인의 관심도 크다.
금통위는 1950년 5월23일 한국은행법 시행령에서 ‘매월 1회 이상 소집’ 하도록 정했다. ‘목요일 개최’도 한은 총재가 자리를 비우거나 휴일이 겹치는 경우를 빼면 이때부터 65년째 계속되고 있다. 기준금리 조정이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 임시회를 추가로 열기도 한다. 가장 최근 임시회는 미국에서 9·11테러가 일어난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2008년에 한차례씩 열렸다. 한은 윤상규 통화신용연구팀장은 “기준금리에 따라 한은의 공개시장조작이나 금융사의 결제 시스템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개최 시기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주요국 가운데는 영국은행(BOE)이 매달 첫째 목요일을 기준으로 한해 12차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우리와 비슷한 방식을 쓰고 있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한해 8차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간격도 6~7주로 다소 불규칙하다. 회의도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해까지 12차례 열던 회의를 올해부터 8차례로 줄였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실장은 “신중한 통화정책을 결정하기에 한달이 너무 짧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한달 간격 ‘달력 방식’의 효율성을 다시 검토할 만 하다”고 말했다. 일본중앙은행(BOJ)은 한해 무려 14차례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국내 기준금리는 1999년 이후 모두 38차례 바뀌었다. 1999년 이전에는 구체적인 수치 대신 ‘금리의 하향 안정화를 유도한다’는 식의 표현만 있었다. 이 가운데 33차례는 ‘0.25%포인트’ 단위로 금리가 오르거나 내렸다. 이런 미세조정은 시장에 갑작스런 충격이 가는 걸 막자는 뜻에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04년 이후 금리 조정폭을 0.25%포인트씩 잘게 쪼개서 큰 효과를 봤던 이른바 ‘베이비 스텝’(아기 걸음마) 방식을 따르고 있다. 국내에 0.5%포인트를 넘는 기준금리 변동은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1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회) 당시 등 다섯 차례 뿐이었다.
미국은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1년여를 빼면 지난 10년여간 ‘베이비 스텝’을 활용하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6월 이후 기준금리를 0.1%포인트 간격으로 더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다. 일본도 2008년 10월부터 0.25%→0.2%포인트 단위로 변동폭을 좁혔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장은 “유럽이나 일본은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여서 인하폭의 여지가 크지 않은 데다, 정교해진 세계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조정 폭을 좁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10년까지 0.27~0.54%포인트 등 ‘9의 배수’를 활용한 변동폭을 자주 썼지만, 5년전부터 ‘미국식 베이비 스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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