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량·물가 고려한 실질실효환율
원-엔 격차 2010년 이후 최대수준
원-엔 격차 2010년 이후 최대수준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 엔화와 실질실효환율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대일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삼성증권이 국제결제은행(BIS)의 국가별 실질실효환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3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3.46(2010년=100)으로 나타났다. 2013년 4월 당시 102.01였던 수치가 2년 만에 11.2%나 올랐다. 실질실효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거래하는 일반적인 환율에 교역규모, 최근 물가변동분까지 고려한 일종의 ‘체감 환율’이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아지면,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 됐다는 뜻이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세계적으로도 빠른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지난 2년간 주요 26개국 가운데 실질실효환율이 오른 나라가 7개국에 불과한데, 한국은 이 가운데 네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상승률이 14.3%로 가장 높고, 미국(13.4%), 영국(12.8%)에 이어 한국이 뒤를 이었다.
주요 수출경쟁국인 일본과의 간극이 벌어지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 3월 현재 일본의 실질실효환율은 70.57로 나타났다. 원-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12년 중반까지 원화가 소폭 낮았지만, 2012년 10월 한국이 100.70, 일본이 99.67을 기록하며 역전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부가 들어서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시작한 시점이다. 일본은 이때부터 5개월 만에 실질실효환율이 70대 후반으로 급격히 떨어졌고, 이후 2년 동안 다시 10%넘게 하락했다.
반면 한국은 상승 기조가 꺾이지 않으면서 2년새 일본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엔화는 절하, 원화는 절상 추세이니까 우리 경제가 대일 교역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최근 원-엔 환율이 교역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때 기업들이 비가격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100엔당 898원대(4일 외환은행 오후 3시 고시 기준)대를 유지하고 있는 원-엔 환율이 추가로 떨어질 경우, 국내 주식시장과 기업 기업의 주당 순이익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 2분기 평균 원-엔 환율이 835원으로 떨어지면, 한국전체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5.5%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고,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하는 경우를 전제로 했다. 또, 유가증권시장 지수도 201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까지 오르면 주가가 2300선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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