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공동취재사진
아하! 그렇구나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1.50%로 내렸다. 하지만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뒤 일주일간 반대로 상승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채권 금리도 함께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역주행’ 현상을 보인 것이다.
실제로 17일 만기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1.800%로 12일과 견줘 0.038%포인트가 올랐다. 같은 기간 만기 5년, 10년짜리도 각각 0.066%포인트, 0.094%포인트 상승한 2.097%, 2.557%다. 만기 20~30년짜리 장기물들도 0.07~0.09%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는 끝’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시장은 기대를 먹고 사는 곳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한테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발언이 나오자 시장이 곧 금리가 인상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바닥을 쳤을 때 높은 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판단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단기 금리뿐 아니라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는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가 1.5%까지 떨어진 이후에는 올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 널리 퍼져 있다. 추세적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아래로 움직이지 않고 옆으로 퍼지는 양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심리는 6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이전에 이미 반영됐고, 국외에서 지난달 이후 미국과 독일의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 등이 맞물려 단기적 채권 금리 인상으로 나타난 것일 뿐 ‘이상 현상’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인혁 한은 채권시장팀 과장은 “‘소문에 샀다가 뉴스에 판다’는 격언처럼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심리가 기준금리 결정 이전에 선반영돼 이미 채권 금리가 떨어졌던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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