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율보고서 여파
전문가 “엔화강세 당분간 지속”
전문가 “엔화강세 당분간 지속”
엔-달러 환율이 3일 오후 한때 105.70엔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105엔대로 내려 앉은 건 2014년 10월16일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엔 가치 급등은 지난달 28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추가적인 통화완화정책을 내놓지 않은데다 미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을 비롯한 5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여파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1%로 동결하고 자산매입 규모에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어 미 재무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환율보고서를 공개했다. 이후 엔-달러 환율은 2일 106엔대에 머물다 3일엔 105엔대까지 떨어졌다.
엔고 현상이 가속화하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등에 참석 중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일 “시장의 동향이 경제, 물가에 주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엔고는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구로다 총재는 엔고의 영향으로 일본은행이 목표로 내건 물가상승률 목표치 2% 달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적 금융정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뜻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의 아소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미 환율보고서 내용에 대해 “우리의 환율에 대한 대응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이 엔고 가속화에 제동을 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 부재에 대한 실망과 아울러 일본 당국의 정책 대응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드러낸 셈이다. 한국 역시 미 환율보고서의 관찰대상국에 올라서 원화 강세 압박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후폭풍은 크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원화의 움직임보다 엔화와 위안화가 받는 여파에 따른 주요국 통화 움직임이 우리 경제에 더 폭넓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환율 문제를 폭넓게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엔고는 엔화의 능동적 강세가 아니라 달러의 능동적 약세 여파로 보는 게 맞다”며 “6월까지는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이 없어서 엔화 강세가 당분간 유지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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