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위해 최대주주 지분율 낮추겠다고 약속해 심사 통과
최대주주, 공모 대거 참여로 되레 지분율 높아져 상장 연기
최대주주, 공모 대거 참여로 되레 지분율 높아져 상장 연기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주식 분산 요건을 맞추겠다고 약속한 기업이 실제론 주식 공모 과정에서 지분을 되레 늘리는 바람에 상장이 연기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모두투어 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리츠)는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최대주주인 모두투어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공모를 통해 33.6%에서 23.51%로 낮아질 것’이라고 명시했다.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상 최대주주 주식소유 한도가 발행주식 총수의 30%를 초과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모두투어리츠는 호텔에 투자하는 부동산투자회사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인 모두투어는 지난 1~2일 실시된 리츠 청약에 참여해 모집 신주(235만주)의 60%가 넘는 150만주를 배정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8일 제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보면, 최대주주뿐 아니라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임원들도 주식을 배정받았다. 이에 따라 공모 뒤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되레 42.77%로 높아져 상장 결격 사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주관사인 교보증권의 기업공개 담당자는 20일 “최대주주 지분 초과의 위법성에 대한 해석은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는 미흡했다”고 해명했다.
최대주주의 공모 참여는 상장 요건인 주식 분산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을 보면, 리츠의 경우 공모주식 수가 주식 총수의 25% 이상이고 주주 수가 200명 이상일 때 상장이 가능하다. 모두투어리츠는 상장예정주식수의 30%를 공모해 형식적 수치는 맞췄지만 최대주주가 가져간 150만주를 제외하면 실제 일반에 분산된 지분(10.3%)은 25% 요건에 못 미친다.
최대주주가 공모에 참여한 배경에 대해 회사와 주관사 관계자는 “안정적 경영을 위해 추가로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자 청약 미달을 우려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달이 되면 인수단인 교보증권과 케이비투자증권이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상장 과정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한국거래소가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거래소는 “최대주주가 청약하는 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느냐”며 “증권발행실적보고서가 나온 뒤 지분율 초과 사실을 알고 곧바로 회사에 시정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소는 발행보고서가 나온 날로부터 5일 뒤인 상장 예정일에야 상장 연기 방침을 밝혔다. 투자자들은 “상장 공시가 안 떠 어떻게 되는 건지 초조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번 공모 규모는 141억원으로 이 가운데 48억원이 일반에 돌아갔다. 개인 청약자는 3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투어리츠는 최대주주 초과지분 해소 대책을 마련해 오는 22일 상장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리츠는 물론 선박펀드, 인프라펀드 등 주무 부처가 달라 상장 요건이 불명확하거나 서로 충돌하는 지점을 교통정리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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