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 주어진 29일 주가 3.9% 올라
주주 대거 실권땐 이 부회장 인수론 불거질 수도
주주 대거 실권땐 이 부회장 인수론 불거질 수도
‘이재용 효과’가 없는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는 홀로서기에 성공할 것인가?
신주를 배정받으려면 주식을 사거나 보유해야 할 마지막 날(권리부)인 29일 삼성중공업 주가는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전날보다 3.92%(400원) 오른 1만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0.76%)나 운수·장비업종(0.48%)에 견줘 상승률이 높았다는 점에서 회사 정상화를 점치는 투자자들의 매수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때마침 이날 한 증권사는 삼성중공업의 신규 수주 가능성을 제기하며 목표주가를 높여 잡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합병 대상이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성공적인 유상증자 선례를 이어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하다 실패했던 엔지니어링은 올 2월에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실 책임을 지고 3000억원을 투입해 실권주 청약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힘입은 결과였다. 이후 주주 청약에서 99.9%의 물량이 소화돼 이 부회장은 실질적으로는 부담을 질 필요가 없어졌다. 이 부회장은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은 격이 됐다.
이 부회장의 지원 사격은 없었지만,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는 이날까지 엔지니어링의 전례대로 진행되고 있다. 주가는 증자가 발표된 지난 8월 중순을 전후로 야금야금 올라 현재 1만원대를 회복했다. 이에 발행가도 예정가보다 높아졌다. 엔지니어링도 당시 발행가가 높아져 더 많은 자금을 수혈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링은 신주 배정 권리를 갖는 마지막 날에 주가가 5.5% 올랐고 다음날 상한가로 치솟았다.
증자 성공의 열쇠는 주주들의 참여도에 달려있다. 삼성중공업의 주주 구성(8월 23일 기준)을 보면 최대주주인 삼성전자(17.6%)를 포함해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이 2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중공업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한 곳은 계열사가 아니라 총수 일가이므로 실권주가 대량 발생하면 이 부회장 등이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계열사들이 초과 청약(배정된 주식 수에 20%를 더 얹어 청약하는 제도)을 하거나 실권주 공모에 참여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유상증자는 형식적으로는 성공하도록 설계돼 있다. 소액 주주들의 청약 포기로 공모가 미달되더라도 주관사들이 잔액을 끌어안기로 약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는 등 내로라하는 대형 증권사 8곳이 인수단이다. 이들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는 60억원이 넘는다.
그렇더라도 주주 청약에서 상당한 규모의 실권주가 발생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11월 7~8일 주주 청약을 받는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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