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정보 사전유출 의혹
오전9시 개장직후 28분 사이에
당일 공매도 10만주의 48% 이뤄져
계약해지 악재 미리 알았을 가능성
금융위·금감원 동반조사 ‘급물살’
오전9시 개장직후 28분 사이에
당일 공매도 10만주의 48% 이뤄져
계약해지 악재 미리 알았을 가능성
금융위·금감원 동반조사 ‘급물살’
한미약품의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30일 공매도 거래의 절반가량이 악재 공시 이전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공개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오전 9시 개장 뒤 베링거잉겔하임과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하기 직전인 오전 9시28분까지 28분간 한미약품 주식 5만471주의 공매도가 이뤄졌다고 4일 밝혔다. 당일 공매도 수량(10만4327주)의 48%인 320억원어치 물량이 28분 사이에 쏟아진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와 판 뒤 나중에 더 싼 값에 되사들여 갚는 식으로 차익을 챙기는 전략이다. 따라서 악재가 공시된 이후에 공매도를 하는 게 정상이다. 특히 전날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라는 호재성 공시로 장 초반 오름세를 타고 있던 주식을 장이 열리자마자 공매도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들이 사전에 악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날 한미약품 공매도 수량은 상장 이후 사상 최대치였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 미리 주식을 빌리는 대차계약 수량도 급증(26만2658주)했다. 대차거래와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 비중이 99%에 이른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한미약품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이날 한미약품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이례적으로 동반 조사에 들어갔다.
거래소는 매매 내용에 대한 시장감시를 마치고 심리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시장감시 단계에서 의심이 가는 거래 내용을 받아 정밀 심리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거래소는 이 가운데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체결 건수가 확인되면 주문이 나온 증권사들에 계좌 소유자의 인적 사항 등 구체적 정보 제공을 요청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호·악재가 연달아 나온 이례적인 경우이지만 불공정매매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혀 일단 초기 조사에 진전이 있음을 내비쳤다.
신속심리로 조사 기간도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거래소는 이번 사안이 중대한 만큼 혐의 윤곽이 잡히는 대로 금융위원회에 1~2주 안에 보고할 수 있도록 조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이 사안이 민감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데다 한미약품이 공시 지연 이유로 협의 절차를 내세우며 거래소를 걸고넘어진 것에 대한 반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채현주 거래소 공시부장은 “기술수출 계약에 관한 내용은 자율공시에 해당하지만 취소됐다는 정정 사항은 의무 공시사항이 된다”며 “공시를 조금이라도 보류하면 미공개정보는 그 특성상 주위로 빠르게 새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도 자체적인 기초조사에 들어갔다. 김민석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사무관은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 만큼 다른 사안보다 우선해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부당한 내부자 거래가 밝혀진다면 주체가 어느 쪽일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주식 분포(6월30일 기준)를 보면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임원 등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이 41.47%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11.16%를 들고 있다. 일단 혐의를 둘 수 있는 주주는 한미약품의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지만 이들은 거래 여부를 공시하게 돼 있어서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그래서 대주주나 임원의 지인 등 차명계좌에서 혐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업체와의 기술수출 계약이란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전에 계약파기의 과정을 인지하고 공매도를 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된다. 같은 이유로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난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날 기관이 한미약품 36만주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37만주를 순매수했다.
한편 중증 부작용으로 사망한 환자가 생기는 등 논란이 일었던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에 대해 국내에선 ‘제한적 사용’이 결정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올리타정의 부작용 사례 등에 대해 논의한 결과 허가를 그대로 유지하지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광덕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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