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금액도 급감 추세…국내외 금리 방향 결정된 뒤에야 회복 가능성
최근 회사채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도 발행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에다 국내 해운·조선·철강 업종에 대한 출구가 보이지 않아 채권시장의 신용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18일 신용평가회사들의 채권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회사채 발행 시장은 벌써 연말 파장 분위기에 가까운 상황이다. 지난주 회사채 발행 업체는 7곳으로 금액은 4400억원에 그쳤다. 1주일 전 발행물량(886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A등급 이상의 회사채 물량마저 기관들의 수요예측에서 소화되지 못했다. 지난 11일 AA등급인 한 회사의 3년 만기 회사채는 기관들의 수요예측에서 0.07대의 1이라는 미달에 가까운 경쟁률로 발행에 실패했다. 지난 6월에 이 회사가 채권 발행을 했을 때는 모집금액의 4배가 넘는 수요가 몰린 바 있다. 지난 6일에는 A등급인 두 회사의 채권이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A등급 미만의 회사채는 발행할 엄두도 낼 수 없다. 지난 17일 대한항공 회사채(BBB+)는 만기가 1년으로 짧은데도 수요예측에서 단 1건의 접수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통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회사채 거래금액은 지난 5월 12조3338억원에서 지난달 6조892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거래량도 가장 높은 신용등급인 AAA와 AA등급 회사채에 73.8%가 몰렸다. 또 상대적으로 돈을 떼일 위험이 낮은 1년 미만의 단기채가 거래량의 38%를 차지했다. 만기가 3년 이상 남은 A등급 회사채 거래량은 1.8%에 그쳤고 BBB등급은 투자적격에 해당하지만 아예 거래가 뚝 끊겼다.
회사채 금리에서 안전자산인 국고채 금리를 뺀 차이(신용 스프레드)는 더 벌어졌다. 17일 기준 3년 만기 회사채(AAA)와 국채의 금리 격차는 0.43%포인트로 지난달 1일(0.38%포인트)에 견줘 크게 확대됐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금리가 올라 국채 금리와의 격차가 벌어지면 기업의 유동성 위험이 커지고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신호로 풀이한다. 최근 10대 그룹 계열사인 한 건설업체의 A등급 회사채의 국채 금리와의 격차가 매우 높게 호가돼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낮아졌기 때문에 평가손실을 우려한 기관들이 회사채 매수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져 장부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채권평가회사 키스(KIS)의 김종훈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서 AA등급 이상의 회사채에만 기관의 수요가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외 금리의 방향성이 결정되고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대기업들의 신뢰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 쯤에 회사채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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