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투자 중단하면 미 국채 금리 급등 위험
연준 성명서 재투자 지속 문구 유지했지만
트럼프 리스크로 중단시점 앞당길 가능성도
연준 성명서 재투자 지속 문구 유지했지만
트럼프 리스크로 중단시점 앞당길 가능성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양적완화를 위해 사들인 천문학적 규모의 자산을 언제 축소할 것인가? 시장의 관심은 이 질문에 집중됐지만 연준은 새해 첫번째 통화정책회의에서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에 들어가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시장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연준은 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5∼0.7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금리 정상화가 되는 시점까지 연준의 총자산에 대한 재투자를 지속한다는 지난해 12월 문구를 그대로 유지했다.
연준이 보유한 자산규모는 지난 2007년만 해도 1조달러를 밑돌았지만 지금은 4조4500억달러(국내총생산의 25%)로 급증한 상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유통시장에서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 등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올 자산규모가 1조달러에 이른다. 연준이 만기 상환액을 재투자하지 않으면 시장은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된다.
양적완화가 전례 없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었던 만큼 연준이 재투자를 중단하고 ‘양적긴축’에 나서면 파급력을 가늠하기 힘들다. <블룸버그>는 올해 재투자가 중단되면 10년만기 미 국채금리가 0.15~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준 위원들은 엄청나게 비대해진 보유 자산 규모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금리 인상이 수차례 이뤄진 뒤 보유자산 재투자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중단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하지만 올해 새로 의결권을 갖게 된 지역 연방은행 총재 가운데 매파 성향(긴축 선호)을 지닌 일부 위원들이 최근 재투자 중단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해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졌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달 12일 기준금리가 1%를 웃돌면 재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올해 안에 자산 축소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도 보유자산 축소 방안을 올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재투자 정책 변화가 내년 중반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면서도 돌발 변수에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과도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연준이 재투자 중단을 선제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이 국채 재매입을 중단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국채가 시장에서 팔리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차기 연준 의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옐런 의장이 내년 2월 임기 종료 전에 재투자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월22일(현지시각)에 공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 향후 재투자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연준은 재투자 규모를 완만하게 줄인다는 점을 강조하겠지만 시장의 심리적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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