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210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추가로 오를 수 있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3.68(0.17%) 오른 2106.61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3200억원 넘게 순매수 강도를 높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오르고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현대차는 내리는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은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피 상승을 글로벌 증시와 ‘키 맞추기’로 해석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후 선진국 증시가 먼저 움직였다. 올해 들어 달러 가치가 약세로 바뀌자 신흥국 증시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뒤늦게 코스피가 상승 대열에 올라타는 모습이다.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서서히 걷혀가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추가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는 수출 호조가 꼽힌다. 1월에 이어 2월 수출도 증가세가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출증가 추이를 두고 경계론도 만만찮다. 2월 수출액(1~20일)이 지난해 같은달보다 26.2% 증가했지만,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증가 등을 고려하면 절대적인 수출액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것이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2월 수출 증가율은 9.9%로 축소된다”면서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3월부터 수출 증가세가 꺾일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월 이후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대외 이벤트는 시장에 상당한 압박을 주고 있다. 3월14~15일(현지 시각)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물가와 고용 지표 변동에 따라 금리인상 여부와 속도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정치적 리스크는 ‘산 넘어 산’이다. 그리스는 한고비를 넘겼지만, 극우파가 득세 중인 네덜란드 총선(3월15일)과 프랑스 대선(1차 4월23일, 2차 5월7일)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 증시는 조정다운 조정 없이 연일 최고치 행진을 벌여온 탓에 단기적으로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다. 최근 상승장을 이끌었던 트럼프의 감세안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 부분 지수에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은 어렵다고 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100선 이상에서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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