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이 감사 추천하자 감사위원회 도입으로 막아
배당금 증액 제안엔 회사안 먼저 통과시켜 자동 부결
배당금 증액 제안엔 회사안 먼저 통과시켜 자동 부결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이 경영진의 지능적 방해로 주총에서 대부분 부결됐다.
27일 전자공시를 보면, 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은 32개 상장사에서 67건이 상정됐다. 이 가운데 회사의 경영권과 무관한 액면분할 2건만 가결됐을 뿐 이사·감사 선임과 배당에 관한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 등은 주총에 안건을 제안할 수 있다.
경영진들은 주주제안을 폐기하기 위해 회사 정관을 변경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동원개발은 감사 후보를 추천한 주주제안이 올라오자 주총 정정공시를 통해 감사위원회를 도입한다는 정관변경안을 안건에 끼워 넣었다. 상법상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면 감사를 둘 수 없게 돼 주주제안은 자동폐기됐다. 정관을 변경해 주주제안을 원천봉쇄하기도 한다. 재무제표 승인을 주총이 아닌 이사회 결의로 할 수 있게 정관을 바꾸면 배당에 관한 주주제안은 안건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
주주제안이 회사 안건과 경합할 경우 의안 상정 순서를 유리하게 배치하는 꼼수도 썼다. 지에스(GS)홈쇼핑은 주당 8000원의 현금 배당을 요구한 주주제안에 앞서 주당 7000원을 배당하는 이사회 안을 먼저 가결했다. 이렇게 되면 주주 배당안은 별도 표결 없이 자동부결된다.
경영진이 이런 전략적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은 안건 제출 시한에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상법상 주주는 주총일 6주 전에 주주제안을 마쳐야 하지만 기업은 2주 전까지만 공시를 하면 된다. 주주제안을 미리 받아본 뒤 안건 변경 등 대응을 할 만한 시간이 충분히 되는 셈이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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