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새로운 게임 대장주가 입성한다.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넷마블게임즈의 시가총액은 공모 예정가 범위 기준으로 10조3000억~13조3000억원에 달해 기존 대장주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 7조861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공모금액만 2조원이 넘는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최대어’ 넷마블은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안에 ‘리니지2 레볼루션'을 세계 1위 게임사 텐센트를 통해 중국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올해 3분기에는 일본 시장에, 4분기에는 중국 시장에 레볼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지난 2000년 창업자 방준혁 이사회 의장과 직원 8명이 1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했다. 2003년 최초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과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포털 가입자 수가 2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설립 3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04년 씨제이(CJ)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뒤에도 프로야구 게임 ‘마구마구’ 등을 출시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방 의장이 건강이 나빠져 회사를 떠난 2006년 이후 긴 암흑기를 맞았다.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의 서비스권이 2011년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서 넷마블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이때 방 의장이 ‘구원투수’로 돌아왔다. 방 의장은 복귀 6개월 만에 중장기 사업계획을 내놓으며 “지금 회사가 어려워진 것은 심장이 식어서다. 심장을 다시 뜨겁게 하면 엔씨소프트와 넥슨을 능가하는 게임업체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박세진 넷마블 이사는 “방 의장은 2015년에는 매출이 1조원을 넘고, 2016년에는 1조5천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했는데 딱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2020년 매출 5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역할수행게임(RPG) 세계화’ 전략도 내놨다. 미국·중국·일본 등 세계 모바일게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빅3’ 마켓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블레이드 앤 소울’, ‘테라’, ‘킹 오브 파이터즈’, ‘지아이조’ 등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온라인게임을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으로 리메이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엔씨소프트가 국내 게임시장을 이끌었다. 이후에는 넥슨이 주도했다. 지난해부터는 넷마블 세상이 됐다. 이미 매출에서 엔씨소프트를 멀리 따돌렸고, 지금 추세대로라면 넥슨도 곧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블과 디즈니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게임업체로 도약하고 있다. 또 상위 10개의 게임이 매출의 78%를 차지하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춰, 특정 게임 의존도가 높은 일반 게임회사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넷마블의 공모 예정가(12만1000원~15만7000원)는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는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마블의 지난해 주당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2019원)에 엔씨소프트의 주가수익배율(28배)을 단순 적용한 비교주가는 5만7천원대에 그친다. 하지만 증권사 연구원들은 성장세가 워낙 가팔라 프리미엄을 받을만 하다고 말한다. 김소혜 한화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출액은 110%, 영업이익은 290%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상장 뒤 주가는 공모가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넷마블은 오는 25∼26일 공모주 청약을 받고 다음달 12일 상장할 예정이다.
한광덕 김재섭 기자
kdhan@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