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색종이를 뿌리며 축하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코스피 지수가 6년 만에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경기, 실적, 수급 3박자가 맞아 떨어진 코스피의 기록 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본격적인 대세 상승장에 돌입하려면 기업들의 저배당 개선과 대형주 쏠림현상 완화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2232로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가볍게 넘은 뒤 장 마감 무렵 힘을 더해 종가가 고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0.97%(21.57) 오른 2241.24로 장을 마쳐 2011년 5월2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2228.96)는 물론 장중 최고치(2231.47)마저 가뿐히 뛰어넘었다.
코스피가 새 역사를 쓴 것은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전과 외국인의 발빠른 매수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글로벌 자금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선진국에서 신흥국 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데, 특히 대외 경기에 민감한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과 엔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613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고 기관과 개인은 팔아치우기에 바빴다. 외국인은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6조7344억원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4월 이후 순매수 규모만 1조2540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이날 940억원 어치를 매수한 삼성전자는 1.38% 오른 227만6000원으로 마감해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의 수출이 4월에도 호조세를 이어간 것은 세계 경기의 동반 회복세 덕분이다. 미국은 제조업 경기가 완연한 봄날을 맞이했고 유럽도 통화 긴축을 저울질할 만큼 물가와 경기가 꿈틀거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국내 상장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들의 올해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주 출범하는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마다 확장적 재정 지출을 공약하고 있어 내수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코스피의 최고점 돌파에도 한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스피의 올해 말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9.5배가량으로 선진국 평균(16배)은 물론 신흥국 평균(12배)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은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다. 한국 기업의 주가가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흔히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거론되지만, 외국인들은 한국 대기업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저배당도 문제삼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공약을 내세운 진보 성향 대선후보가 당선되고 배당 성향이 높아질 경우 코스피가 30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점치기도 했다.
이번 상승장에서 일부 대형주 쏠림 현상은 양극화한 한국 경제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씁쓸한 평가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200대 기업의 순이익 증가분(27조원)의 3분의2가량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두 기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가도 대형 수출주에서 중소형 내수주로 순환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증시 체력이 고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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