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2300선을 다시 돌파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의 사상 최고치 행진에는 이유가 있었다.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이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코스피)시장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536곳의 1분기 실적(자회사 연결기준)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38조8906억원)과 순이익(32조1938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25.34%와 35.77% 늘어났다. 이러한 이익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올 한 해 상장사 순이익은 100조원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에 이 정도 실적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순이익은 130조원에 가깝게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스피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매출액(455조5500억원)도 8.35% 늘었다. 덩치는 그대로인데 비용 절감으로 이익만 늘어나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흑자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익과 함께 매출도 증가했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상장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 증가율은 9.27%로 높아지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19.05%와 32.78%로 낮아졌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전체의 25.45%를 차지했고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6.34%에 달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엘지(LG)이노텍이 가장 높았고 엘지디스플레이가 뒤를 이었다. 김일구 센터장은 “이익의 대형 정보기술(IT)업체 쏠림 현상은 아직 있지만, 화학이나 중화학공업 기업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며 “내수 부양에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8.54%와 7.07%로 지난해 1분기보다 1%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1만원 상품을 팔아 854원을 벌고 707원을 손에 쥐었다는 얘기다. 금융업종 45곳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4.09%와 19.68% 증가했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증권업종의 순이익 증가율(61.0%)이 가장 높았다.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이유도 드러났다. 코스닥 시장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분석대상 736곳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12%, 20.80% 늘었지만 순이익은 되레 1.25% 줄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5.77%와 3.38%로 코스피 상장사에 견줘 매우 낮다.
16일 코스피는 4.68(0.2%) 오른 2295.33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한때 2309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외국인이 사흘째 순매도를 이어가 장중 등락을 거듭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지시로 바이오가스플랜트와 풍력·태양광 발전 등 대체에너지 주가가 3% 안팎 급등했다. 코스닥 지수는 1% 가까이 하락하며 다시 640선을 내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6원 내린 1116원으로 마감해, 지난달 3일 이후 처음 1120원 밑으로 내려갔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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