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게임 대장주로 증시에 입성한 넷마블게임즈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국외 설명회에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는 주관사의 설명과는 달리 외국인들은 상장 첫날부터 대규모 물량을 내다팔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넷마블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지난 12일 외국인은 무려 471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매수를 뺀 순매도 금액만 2849억원으로 이날 전체 외국인 순매도의 94%를 차지했다. 연일 순매수를 이어오던 외국인 매매 동향이 넷마블의 기록적인 매도 탓에 6개월 만에 최대인 3038억 순매도로 집계되는 착시 현상까지 나타났다. 넷마블은 상장 5거래일 중 3일간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에 올랐다. 18일 넷마블 주가는 상장 뒤 처음 반등해 14만8000원을 기록했지만 공모가(15만7천원) 대비 5.7% 낮은 가격이다.
공모에 앞다퉈 참여했던 외국인들이 왜 첫날부터 주식을 던졌을까?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미쳤거나 경쟁사인 엔씨소프트의 게임이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증권가에서는 공모에 참여하는 외국인 가운데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 등이 많다고 말한다. 기업의 성장성 등을 보고 들어오는 장기 투자자는 드물다는 얘기다. 17일 기준 외국인의 넷마블 누적 매도물량(430만6995주)은 지분변동 현황을 토대로 역추산한 외국인 배정물량(814만5658주)의 절반을 넘었다.
또 실체가 불분명한 외국인들이 대거 공모 과정에 참여해 발행시장을 과열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넷마블 투자설명서를 보면, 공모가격 결정을 위해 수요예측에 참여한 외국 기관투자자를 거래 실적 유무에 따라 둘로 나눴다. 거래 실적이 있는 외국인을 ‘인수인(증권사)의 현지 법인과 거래가 있거나 실재성을 알고 있는 투자자’로 규정했다. 바꿔 말해 거래실적이 없는 외국인은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투자자라는 얘기다. 이러한 ‘유령 외국인’의 공모 참여가 훨씬 많았다. 이들의 신청 수량은 무려 7억8725만주로, 일반 외국인 수량(7666만주)의 10배를 넘었다. 이 가운데 4억주가 넘는 물량은 공모 예정가의 상단을 넘어서는 가격을 써냈다. 일반 외국인은 상단 초과 가격에 한 건도 신청하지 않았다. ‘유령 외국인’은 또 국내 기관을 포함한 6개 그룹 중 ‘가격 미제시’를 가장 많이 써냈다. ‘가격 미제시’란 공모가격이 아무리 높게 결정돼도 물량을 받겠다는 의사표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들을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의심한다. 국내 투자자가 외국인으로 둔갑해 참여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 현지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상임 대리인을 통해 인터넷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데, 구글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업체들이다”고 말했다.
이에 넷마블과 공모를 주관했던 엔에이치(NH)투자증권은 “이번 공모에서 ‘검은 머리 외국인’에게 물량을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엔에이치투자증권 관계자는 “실체가 의심되는 참여자를 다 가려낼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배정할 때 외국기관의 실적과 규모 등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 가중치를 부여하는데, 원천 배제는 불가능하고 어느 정도 배정은 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수요예측 모범기준은 외국법인의 대표가 내국인으로 추정되는 경우 ‘위장’투자자로 간주해 공모주를 배정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높은 가격이나 가격 미제시 참여자에 우대 배정을 해서는 안된다. 넷마블 투자설명서에는 확정 공모가 이상 신청자와 가격 미제시자에게 물량을 배정했다고 나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가 자율규제 지침을 준수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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