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전망하는 올해 코스피 지수 최고점은 2350선과 2500선 안팎으로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정보기술(IT)주가 상승장을 계속 주도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최대 변수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을 꼽았다.
■ 올 코스피 고점 2330~2600 <한겨레>가 22일 국내 8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올해 증시 전망을 물었더니, 5명은 코스피 최고점이 2350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들 중 2명은 조만간 목표 지수를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3명은 코스피가 2450~2600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중 대신증권 센터장은 코스피가 4분기에 23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발 반도체와 스마트폰 수요가 강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까지 가세해 올해 코스피 기업 이익 증가분의 70%가 정보기술 분야에서 나올 것으로 봤다. 다만 김 센터장은 “지난달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수 주체가 중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미국계에서 단기 투자성향의 유럽계로 바뀐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그동안 코스피 상승을 주도해온 미국계 자금이 14개월 만에 순유출로 전환돼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코스피200에 편입된 기업의 올해 순이익 합계가 12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코스피는 3분기 이후 2350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센터장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한국 등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보수적인 전망치(2330)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신동석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호조세 지속과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을 반영해 코스피 목표치를 2450까지 올리는 것을 계획 중이다”고 밝혔다. 이창목 엔에이치(NH)투자증권 센터장도 같은 이유로 현재 목표치 2350에서 상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센터장은 8개 증권사 코스피 전망치 가운데 가장 높은 2600을 제시했다. 조 센터장은 “지난 2004~2007년 기업의 순이익(50조~60조원)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노무현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기업의 자본효율성 상승으로 이어져 코스피가 강하게 상승했다”며 “이번에도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과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실효성 제고로 자본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어 강한 상승장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코스피가 3분기에 조정을 거친 뒤 4분기에 신흥국 통화 강세와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 영향으로 2500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영호 케이비(KB)증권 센터장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보다 신흥국의 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스피가 245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서 센터장은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이한 분석을 내놨다. 올 들어 외국인 순매수는 홀수 달(1, 3, 5월)에 확대되고 짝수 달(2, 4월)에 축소됐는데, 이는 짝수달에 트럼프의 행정명령(2월), 프랑스 대선(4월) 등 글로벌 이벤트가 많았기 때문으로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단락됐다고 판단했다.
■ IT 주도 지속…은행·화학 업종 유망 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에도 정보기술(IT) 업종이 상승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매수할 만한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우선 꼽았고, 은행과 화학 업종에도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신동석 센터장은 반도체 업황 호조와 빅데이터 성장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삼성전자와,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는 케이비(KB)금융을 추천했다. 이창목 센터장은 이들 종목에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우리금융을 추가로 추천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센터장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 들어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코스닥을 포함해 1000개를 넘는다”며 ”이익이 증가하는 정보기술과 화학(정유) 등 잘 올랐던 종목이 더 오르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인 센터장은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중대형 전지사업 가치 증가가 기대되는 엘지(LG)화학을 추천했다.
윤희도 센터장은 이익이 개선되고 있는 유통 업종에 주목해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사업회사로 가치 재평가가 기대되는 롯데쇼핑을 추천했다. 서영호 센터장은 원화 강세로 수혜를 입을 음식료, 선진국 수요 증가가 기대되고 가격이 싸보이는 자동차와 산업재(기계)가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이제는 실적에 근거한 옥석 가리기에 집중할 시점”이라며 자본효율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현대차, 에스케이(SK), 이마트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 미 연준 통화정책이 최대 복병 설문에 응한 리서치센터장 8명 모두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변수로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가능성을 꼽았다. 이들은 특히 미 연준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에 대한 재투자를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중단할 가능성을 위험요인으로 주목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서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 등을 대거 사들이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왔다. 올해부터 이들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연준이 재투자를 축소하면 금리 상승으로 시장이 불안해진다. 김재중 센터장은 “미 연준이 오는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과 함께 재투자정책 중단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돼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용욱 센터장은 “하반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긴축 논의와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겹치며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리스크’와 북한 핵 등 지정학적 위험도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센터장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위기에 따른 리더십 약화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북핵을 포함해 미-중 대립에 따른 사드 이슈 등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밖에 세계 경기 개선 속도의 일시적인 둔화와 코스피 기업들의 2분기 실적 기대감 약화도 증시에 영향을 줄 변수로 거론됐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