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매출도 동반 증가세로 반전돼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30일 외부감사 대상 12월 결산법인 2만888곳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이 전년 2.4% 감소에서 1.1%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중소기업의 매출 증가(4.2→7.4%)가 두드러졌다.
업종별로는 주택경기 호조 등에 따라 건설과 서비스 등 비제조업의 매출 증가율이 0.1%에서 4.4%로 높아졌다. 국제유가 하락이 주춤해지면서 석유화학, 금속제품 등 제조업의 매출 감소세(-4.2→-1.4%)는 누그러졌다. 총자산증가율도 3.3%에서 4.3%로 확대됐다.
수익과 함께 매출도 증가했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경기침체 속에 덩치는 그대로인데 비용 절감으로 이익만 늘리던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흑자와는 질적인 면에서 달라진 모습이다. ‘불황형 흑자’ 탈피 조짐은 기업들의 재무제표 손익항목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수년간 기업들의 이익 개선은 구조조정 등 인건비 축소를 통한 비용지출 억제로 가능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인건비가 포함된 판매관리비 비중(매출액 대비)은 14.8%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증가했다. 그런데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1%로 0.9%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의 개선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경쟁력 향상에 힘입은 측면도 있다.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79.1%로 1.4%포인트 낮아졌다. 영업이익률은 석유화학, 건설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5.5→6.3%)과 비제조업(4.9→5.7%) 모두 높아졌다. 영업활동으로 얻은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426.4→521.9%)은 크게 상승했다. 순이익률(세전)도 5.8%로 0.4%포인트 높아졌다.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 지표도 개선됐다. 영업이익 증가로 내부자금 조달 사정이 호전됨에 따라 부채비율(100.6→95.1%)과 차입금의존도(27.1→25.4%)가 모두 전년보다 낮아졌다.
현금흐름 순유입 규모는 기업당 평균 5억원으로 전년(14억원)보다 되레 줄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차입금과 회사채를 갚는 데 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17억원 순유출로 전환됐다.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유출(81억원→78억원)이 감소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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