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소속 자산운용사, 대주주 의식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선 그어
연기금·운용사 등 큰손 참여 부진
사모펀드·창투사 30곳 중 29곳은
산업은행 위탁운용사 가산점 노린
일시적인 ‘특수 효과’로 드러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선 그어
연기금·운용사 등 큰손 참여 부진
사모펀드·창투사 30곳 중 29곳은
산업은행 위탁운용사 가산점 노린
일시적인 ‘특수 효과’로 드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으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큰손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데다, 사모펀드나 창업투자회사 등의 잇따른 참여 의사는 위탁운용사 선정을 노린 ‘반짝 현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스튜어드십코드란 집안일을 맡아보는 집사(steward)처럼 고객 돈을 맡은 기관투자자들이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일러주는 원칙이다. 7일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스튜어드십 참여 계획서를 낸 기관투자자는 34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자산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 등 4곳에 그쳤다. 금융투자협회에 회원으로 등록된 자산운용사만 153곳이다. 연기금과 보험사는 한 곳도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스튜어드십 도입을 선도해야 할 국민연금은 지난달에야 5개월이 걸리는 연구용역을 공고한 상태라 연말쯤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적 연기금 14곳과 사적연금기금 8곳, 보험회사 22곳 등 214개 기관투자자가 가입했다.
사모투자 회사는 현재 유일하게 참여를 확정한 제이케이엘(JKL)파트너스를 포함해 11곳으로 가장 많다. 창투사·벤처캐피털(10곳)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12월 19일 스튜어드십코드가 공표된 뒤 5개월간 단 한건의 참여 신청도 없었는데, 지난달 22~25일 30개 기관이 한꺼번에 참여 계획서를 냈다. 지난달 25일은 한국산업은행이 올해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펀드를 운용할 기관들의 신청을 마감한 날이다. 산업은행은 스튜어드십 참여(예정)를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고했다. <한겨레>가 양쪽에 신청한 기관들의 명단을 대조해보니, 스튜어드십 참여 계획서를 낸 기관(자산운용사 제외) 30곳 중 29곳이 산업은행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어드십 신청이 지난달 급증한 이유는 산업은행이 가져다준 일시적인 ‘특수 효과’였던 셈이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가입을 평가에 넣게 되면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 공적연금(GPIF)도 위탁사 선정 때 가산점을 줘 스튜어드십 확산을 이끌어냈다.
자산운용사들의 몸조심은 스튜어드십을 대하는 시각에도 배어있다. 참여 계획서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기본입장’을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주권 행사보다는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스튜어드십코드를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의결권을 행사’ 구절만 굵은 글씨에 밑줄까지 친 것을 보면 주주제안이나 주총소집 청구와 같은 적극적 주주권과는 명확히 선을 긋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의 구실을 의결권 행사에 한정하지 않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이다. 참여 계획서를 아직 내지 않은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계열이든, 제조계열이든 그룹에 소속된 자산운용사가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모기업이나 대주주가 다른 운용사의 역공을 받을 위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구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모펀드 운용사와 신기술금융사 등은 참여 계획서에 ‘경영 관여’나 ‘투자자 수익 극대화’ 등을 강조했다. 지엠비(GMB)인베스트는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기업가치 향상을 이끌겠다”고 썼다. 사모펀드 운용사 4곳은 투자 유형에 ‘경영 참여’가 목적임을 명시하기도 했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들 펀드는 규모나 성격상 대기업과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져 스튜어드십의 실질적인 효과 확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 7개 원칙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힌 기관들도 있다. 특히 ‘의결권 정책과 행사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는 5번 원칙의 준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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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란
스튜어드십 코드란 집안일을 맡아보는 집사(steward)처럼 고객 돈을 맡은 기관투자자들이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일러주는 원칙이다.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2008년 금융위기가 경영진의 잘못을 견제하지 못해 일어났다는 자성이 일면서 영국이 2010년 처음 도입했다. 현재 네덜란드와 캐나다, 일본 등 10여개 국가가 운용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19일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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