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로 23.82 하락해 2357.87로 장을 마감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최고치 행진을 주도해온 정보기술주 주가의 급락으로 미끄럼을 탔다. 앞서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도 인터넷 기술주가 급락해 일부에선 이들 주도업종 주가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사상 첫 100만원대 주가 진입을 노리던 네이버가 6.77% 폭락해 80만원대로 밀려났다. 엘지(LG)이노텍이 5% 넘게 추락하는 등 전기·전자 업종(-1.87%)도 크게 내렸다. 이날 코스피는 23.82(1.00%) 하락한 2357.87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1% 이상 떨어진 것은 지난 3월3일(-1.14%) 이후 석달여 만이다. 8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코스닥 지수도 9.29(1.38%) 내린 664.86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은 4080억원의 매도 공세를 펼쳤고 외국인도 1447억원을 내다팔아 6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네이버, 삼성전자, 엔씨소프트, 엘지전자 등 정보기술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했고 신한지주 등 금융주는 담았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면서 급락했다. 9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3.30%), 아마존(-3.16%), 넷플릭스(-4.73%), 구글알파벳(-3.41%) 등 이른바 ‘팡’(FANG)으로 불리는 인터넷 4인방 주가가 일제히 3% 넘게 급락했다. 그 여파로 장중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00포인트 넘게 고꾸라졌다. 반면 금융과 에너지주가 이끄는 다우존스 지수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팡의 시가총액은 홍콩과 남아공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과 같다”며 2000년 당시의 닷컴주 버블과 비교했다. 게다가 대장주 애플 주가는 아이폰8 모델에 경쟁사에 견줘 데이터 속도가 느린 칩을 사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추락(-3.88%)했다. 또 4차 산업혁명의 선도기업으로 평가받던 그래픽 반도체업체 엔비디아는 한 리서치 회사의 ‘즉각 매도’ 의견으로 6.46% 폭락했다.
애플과 팡 기업들은 올해 나스닥 지수 상승률의 절반 이상을 이끌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승승장구하던 팡의 상승세에 균열이 났지만 연초 이후 상승폭을 감안하면 심각한 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코스피도 삼성전자 등 영향력이 큰 정보기술주가 약세를 보일 경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술주도 펀더멘털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며 “추가 급락은 아니더라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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