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분양시장 활황으로 올해 하반기 ‘입주폭탄’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의 급증세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에선 잔금대출 증가 전망과 관련해 “장마가 쏟아지기 직전”이라는 표현을 쓰며, 분양시장과 직결된 집단대출 증가세를 우려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은행권 집단대출은 131조7천억원으로 분양시장 활황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4년 말(101조5천억원)에 견줘 2년3개월 만에 30조2천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전체는 77조6천억원, 가계대출은 98조8천억원이 불어났다. 집단대출 증가액이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하 정책모기지론 제외)의 40%, 가계대출 증가분의 30% 정도를 차지했다. 또 해당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19%,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1%였으나, 집단대출 증가율은 30%로 증가속도도 훨씬 빨랐다. 이는 분양시장 과열과 직결된 집단대출이 가계빚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선분양 제도의 특성상 지난 2년간 전례 없는 규모로 쏟아진 분양물량의 잔금대출이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양계약자들은 대체로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순서로 2년여에 걸쳐 분양대금을 치르게 된다. 건설사업자가 분양공고를 낸 뒤 모델하우스 공개와 청약절차를 거쳐 입주에 이르기까지 통상 30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2015년 이후 분양물량의 잔금대출 시점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4년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된 뒤 분양시장 활황이 2015년 이후 본격화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집단대출 급증을 주도한 것은 중도금 대출이었는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입주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에 잔금대출도 급증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집단대출 중 중도금 대출(이주비 포함)은 76조2천억원으로 2014년 말(41조3천억원)에 견줘 34조9천억원(85%)이 증가했다. 하지만 잔금대출은 같은 기간 4조8천억원(8%)이 되레 줄어들었다. 지난 2년간 실행된 잔금대출은 2013~2014년 상대적으로 분양시장이 저조했던 시절에 분양됐던 물량에 대한 것으로, ‘잔금대출 쓰나미’는 아직 밀려오지 않은 셈이다.
물론 잔금대출 시점에 중도금 대출을 갚는 효과는 발생한다. 하지만 집단대출 잔액의 증가세는 당분간 수그러들기 어려운 형국으로 보인다. 한시적 중도금 대출은 장기대출인 잔금대출로 자리를 굳히는데다, 중도금 대출은 신규 승인액이 지난해에 버금갈 만큼 만만찮은 속도로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분양시장 등 부동산 과열과 관련해 집단대출에 대해선 지금껏 디티아이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신규 분양에 대해선 잔금대출에 디티아이 규제를 적용하는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잔금대출의 현재 추이는 장마가 쏟아지기 직전 상태로 보면 된다”면서 “앞으로 신규 분양시장이 안정화하지 않을 경우 중도금 대출 증가와 잔금대출 급증 전환까지 겹쳐 집단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집단대출의 증가세가 내년 상반기에 꺾일 것을 기대해왔지만, 신규 분양이 계속 활황세를 보이면 이런 전망조차 여의치 않게 된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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