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올해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건에 반대한 비율이 2.8%에 그쳐 여전히 거수기 구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조사한 올해 상장기업 정기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현황을 보면, 상장사 692곳의 2만72개 의안에 대해 기관투자가(112곳)가 반대한 건수는 563건(2.8%)으로 집계됐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반대비율이 6.5%에 달해 평균치를 다소 끌어올렸다.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은 52개 안건(10.1%)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대기업 계열 운용사(2.4%)와 은행·보험 등 금융그룹 계열사(1.8%)의 반대 비율은 독립적인 자산운용사(3.7%)는 물론 전체 평균에도 못미쳤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주총에서 119개 상장사의 의안에 단 한건도 반대하지 않았던 이 운용사는 올해는 98개 안건(15.9%)에 반대표를 던졌다. 삼성자산운용은 “의안 분석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자문서비스를 도입해 의결권 행사 시스템이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가의 안건 반대비율이 높은 상장사는 효성(18.2%), 포스코(15.8%), 현대모비스(8.8%), 삼성물산(8.3%), 현대자동차(7.7%) 차례였다. 효성의 경우 지난 3월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안에 반대표가 집중됐다. 외국계인 베어링자산운용은 당시 “감사위원 후보 3명이 지금 재임중인 이사진으로서, 횡령·배임 유죄 판결이 난 대주주 일가를 경영에서 배제시키지 못했다”는 책임을 물어 선임안에 반대했다. 포스코 주총에서는 권오준 회장의 재선임안에 유럽 2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에이피지(APG)자산운용 등의 반대표가 쏟아졌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안건에 대해 반대는커녕 아예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불행사는 1142건으로 전년보다 47.5% 급증했다. 반대 의결권 행사 건수와 견주면 두배를 넘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난해 12월 제정됐지만 국내 기관들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주주가치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해관계자 사이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30대 그룹 소속 계열사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미확정’으로 답변한 비중이 77.8%로 다른 일반기업(55.8%)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확정 공시란 뉴스나 풍문에 대한 사실 확인 요구에 ‘검토 중이지만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 따위로 답변하는 것을 말한다. 30대 그룹 계열사의 답변이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내용이 많았다는 얘기다. 30대 그룹 가운데 지난해 미확정 공시 비중이 높았던 곳은 에스케이(SK), 삼성, 동부그룹 순이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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