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날보다 17.72(0.74%) 오른 2409.49에 거래를 마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이 삼성전자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만4천원(1.36%) 오른 252만8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증시의 최고치 경신을 이끌고 있는 정보기술(IT)기업의 주가 상승세가 한여름을 달구고 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실적은 애플과 알리바바 등 미국과 중국의 기술주를 뛰어넘고 있지만 시장에서 가치를 매기는 시가총액은 크게 뒤지고 있다.
올해 2분기만 놓고보면 삼성전자는 세계 제조업체 가운데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영업이익 14조원은 세계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애플(12조원)과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9조5천억원)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웃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쌍두마차인 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도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이익이 코스피 상장사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20%대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34%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3일 삼성전자 우선주를 포함한 두 회사의 시총은 코스피 시총의 26.7%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한국 증시 2개의 기둥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이익 증가가 코스피 신기록 행진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과 국내 증권사 자료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17조원)는 세계 기술주 랠리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인터넷 4인방인 팡(FANG)의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14조8천억원)를 능가한다. 팡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영문 첫글자를 합성한 조어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홀딩스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주 3인방 바트(BAT)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5조1천억원)에 견주면 3배를 넘는다.
반면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기업가치인 시총 합계(382조원)는 팡(1764조원)의 22%, 중국 바트(893조원)의 43%에 그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대표기업들이 시장에서 이들의 반 값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물론 주가는 매출 규모와 미래 이익까지 반영하며 신흥국보다 선진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다. 그렇더라도 삼성전자 등 국내 기술주가 이렇게 크게 할인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이 세계 경기에 민감해 실적의 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반도체 업황의 사이클에 따른 이익의 부침이 심해 그만큼 리스크를 감안해 가치를 낮게 매긴다는 얘기다.
기술의 주도권 측면에서 한국 기업이 후발주자라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시총 최상위권 기술주들은 플랫폼 기반의 사업모델을 갖추고 있다. 플랫폼 지배력을 선점한 미국 기업들이 정보통신기술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선두 주자인 애플과 알파벳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증강현실(AR) 등으로 연관 산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영화 ‘옥자’에 투자한 넷플릭스는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로 가입자 증가와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의 기술주가 재조명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은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반도체의 빅사이클이 진행되고 있어, 삼성전자 가치의 재평가가 막 시작되고 있다”고 봤다. 김병연 엔에이치투자증권(NH) 연구원도 “하드웨어 중심의 한국의 기술주가 소프트웨어가 대부분인 팡의 상대적 대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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