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긴축이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으로 달러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원화값은 급등하고 있다. 휴가철 국외여행을 앞둔 이들은 달러 환전을 최대한 미루며 원-달러 환율이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소폭 반등한 1115.3원으로 마감해 지난 6일(1157.4원)에 견줘 42.1원이나 떨어졌다. 연초(1208원)에 견주면 92.7원(7.7%) 낮다.
달러 약세 심화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태도 변화에서 시작됐다. 옐런 의장은 지난 12일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 약하면 통화 긴축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트럼프 리스크’도 가세해 달러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케어’ 법안이 민주당도 아닌 공화당의 포기로 무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 정책도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과 달러 가치는 올초부터 동반 하락 중이다.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와 견준 달러인덱스는 25일 현재 연초 대비 9% 떨어진 93.76으로 지난해 5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네덜란드 은행 아이엔지(ING)는 “이같은 달러 약세는 경제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달러가 정치적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밖에서는 유로화가 달러를 압박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20일 통화정책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가을 쯤에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매파적 신호를 보냈다. 달러-유로 환율(유로당 달러)은 현재 1.16달러를 돌파해 연초 대비 11%나 올랐다. 유로화는 주요국 통화 중 달러인덱스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연초만 해도 올 안에 유로와 달러의 교환가치가 같아지는 1대1 비율이 위협받거나 역전될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이 여지없이 빗나간 꼴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등 통화긴축 일정이 나올 9월까지는 ‘달러 약세-원화 강세’ 기조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연준은 미국의 더딘 임금 상승률로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 금리 인상을 미룰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중앙은행은 9~10월께 어떤 형태로든 통화정책 전환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추가 하락하면서 1100원대를 시험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시장에서는 10월 발표될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도 외환당국의 운신폭을 좁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반면 최근 원화 강세에는 성장률 전망치 상향과 추경 요인까지 반영돼,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중에 원-달러 환율이 저점을 찍고 연말로 갈수록 반등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1100원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1110원대로 되돌림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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