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모녀 독일 금융민원 지원했던
전 독일법인장 본부장 특혜승진 관련 첫 법정진술
“주로 외환은행 출신 검토하라” 지시도
은행절차 따른 승진 주장하되, 여건조성 나선 점 인정
전 독일법인장 본부장 특혜승진 관련 첫 법정진술
“주로 외환은행 출신 검토하라” 지시도
은행절차 따른 승진 주장하되, 여건조성 나선 점 인정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최순실씨 모녀의 독일 내 금융 민원을 지원한 이상화씨를 은행 본부장급으로 승진시킬 여건을 조성할 목적으로 조직개편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진술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회장은 ‘2016년 1월21일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통화 뒤 이상화씨를 본부장급으로 승진시킬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틀 뒤인 23일 유제봉 케이이비(KEB)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에게 과거 추진하던 글로벌영업본부 조직개편을 진행해보라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2본부가 갑자기 생긴 게 예전부터 검토된 게 하나 있었고, 두번째는 은행 부행장 밑에 바로 부장만 돼 있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하는 힘이 약할 거다, 그런 생각도 있었고, 셋째는 그 당시 인사가 12월 인사가 있고 1월 초순 인사가 있었다. 이때 묘하게도 중간계층에 대해 외환은행 직원 사이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조직개편에 대해 말하신 대로 검토를 해서 여건을 한번 만들어보자 이참에.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또 ‘여건 만든다는 의미는 이상화씨 승진 여건을 만든다는 의미냐’라는 확인 질문에 대해 김 회장은 “아 그렇죠. 자기가 정식절차에 따라 올라오면 되는 것이고, 안 되면 안 되지만 어차피 진행돼야 할 상황인데 요 때 같이 해서 하면 더 편하지 않냐”라고 답했다. 그는 “(안종범 전 수석 등으로부터) 얘기도 들어오니 여건을 조성해보자, 인원에 대해…. 승진문제 터치 안 하지만 자리 배치 하다 보면 승진될 수 있으니”라고 덧붙였다. 또 조직개편을 하면서 본부장급을 주로 외환은행 출신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사실도 진술했다. 이상화씨는 외환은행 출신이다.
결국 김 회장이 안종범 전 수석과 통화한 지 이틀 뒤인 2016년 1월23일 글로벌영업본부 조직개편 지시를 한 데 이어, 하나은행 경영기획부는 사흘 뒤인 26일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고 유제봉 부행장은 27일 이상화씨 본부장 승진 추천을 보고한다. 안 전 수석이 최종 인사청탁 전화를 한 지 엿새 만이다.
앞서 특검은 최순실씨 공소장에서 “김정태 회장은…유제봉 하나은행 부행장에게 글로벌 영업본부 조직개편을 지시하여 글로벌 영업 그룹장 밑에 1본부장과 2본부장을 신설하여 본부장급 자리 2개를 새로 만든 후 2016년 2월1일 이상화를 글로벌 영업 2본부장으로 임명하였다”고 적시했다. 그럼에도 하나금융그룹 쪽은 특검 공소장이 공개된 이후에도 대내외에 “이상화 본부장 승진은 외부로부터 지주에 청탁은 있었으나, 은행장 및 은행에 전달한 바 없으며 은행 내부기준과 원칙에 따른 승진”이라고 주장해왔다. 김 회장은 이날 법정진술에서 적어도 이상화씨 본부장 승진을 위해 직접 여건조성에 나섰음은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른바 ‘이씨 승진을 위해 여건을 만들었더니, 은행절차에 따라 승진이 됐다’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정세라 김민경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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