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금융규제를 세부적인 '규정 중심'에서 포괄적인 ‘원칙 중심’으로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소비자 보호와 시장질서에 관련된 부분은 기존 규제를 유지해야 하며 업계의 자율규제를 위한 내부역량 강화가 우선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았다.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금융규제가 지나치게 구체적인 사항까지 법률로 규정해 인공지능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되레 규제 공백과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면서 “금융 영업행위와 운용은 법령에 일반적인 기준만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자율에 맡기는 원칙 중심 규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존 워커 맥쿼리코리아 회장은 호주의 입법 사례를 들어 원칙 중심 규제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워커 회장은 “2010~2012년까지 호주 은행들이 수익 최대화를 위해 은행어음 스왑금리를 조작했는데 특정한 규정이 없어도 회사법에 따른 금융회사의 의무 위반을 물어 감독과 제재가 가능했다”면서 “반면 규정 중심으로 규제하는 유럽연합은 유럽은행들의 리보금리 조작에 대해 금지 규정이 없어 반독점법 위반으로만 제재했다”고 비교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최원진 제이케이엘(JKL)파트너스 상무는 “규정 중심의 자본시장법은 피투피(p2p)대출업체 상품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이 현행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고발한 적이 없다”면서 “원칙만 법률에 담고 구체적 규제는 협회나 거래소의 자율로 하도록 규율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임동춘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금융회사의 내부역량이 강화될때까지 점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팀장은 “원칙 중심 규제를 하려면 금융회사의 준법감사와 내부통제장치 등 전제조건이 필수”라고 진단했다. 또 다양한 소비자 분쟁에 원칙을 적용해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태용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규정 중심과 원칙 중심 규제의 절충론을 제시했다. 서 변호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설명의무 규정의 경우 영업 현장에서는 녹취나 자필 서명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설명을 했다는 증빙만 챙기는 방식으로 규정을 형식적으로 지킬 뿐이어서 충실한 설명은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영업 관련 규제는 원칙 중심 규제로 개정하고 미공개정보이용행위 등 시장질서·공시와 관련된 규제는 현재와 같이 규정 중심 규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정남구 <한겨레> 논설위원은 “관료의 문고리 권력과 기득권을 보호하는 불필요한 규제가 곳곳에 남아 민간의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면서도 “명확한 규제를 선호하는 금융소비자들이 금융당국과 업계간 유착 가능성을 의심하게 되면 원칙 중심 규제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세미나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금융투자협회·경제민주화포럼 '조화로운사회'가 공동 주관했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축사에서 “질서정연하게 조성된 숲은 인간의 의도와 달리 오래가지 못한다”면서 “원칙 중심 규제가 성글어 보일 수도 있지만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