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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용두사미’ 코스피와 기아타이거즈는 닮은꼴?

등록 2017-09-30 14:36수정 2017-10-01 00:08

상반기 승승장구하다 하반기엔 ‘반타작’
외국인 팔자 돌변…외인 에이스 헥터 주춤
대장주 삼성전자와 4번타자 최형우 부침
‘경기 방어주’ 뚫리고 구원투수는 ‘방화’
감독당국과 김기태 감독 스타일은 달라
추석 앞두고 재반전 신호…‘주포’에 달려
코스피는 지난 8월11일 4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며 2300선을 위협받았다. 한국거래소 제공
코스피는 지난 8월11일 4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며 2300선을 위협받았다. 한국거래소 제공
‘상고 하저’ 혹은 ‘용두사미’.

올해 주식시장의 코스피와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성적이 동행하고 있다. 코스피는 상반기(1~6월)에만 18% 올라 미국의 나스닥 등을 제치고 세계 주요증시에서 상승률 최상위권에 올랐다. 기아 타이거즈는 전반기(3월31일~7월13일)에 67.1%의 승률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1위를 내달렸다. 야구에서 50%의 승률은 주식시장 상승률 관점에서 보면 0%에 해당한다. 이 기준으로 기아 타이거즈 전반기 승률을 주가 등락률로 환산하면 17.1%(67.1%-50%)로 코스피 상승률(18%)과 매우 가깝다.

하늘을 찌를듯했던 코스피와 기아 타이거즈의 기세는 후반기 들어 약속이나 한듯 꺾였다. 코스피는 하반기(7월~9월29일 현재)에 2394로 시작해 정확히 제자리(2394)로 돌아왔다. 야구로 따지면 반타작이다. 기아 역시 후반기(7월18일~9월29일 현재)에 28승27패로 거의 반타작을 하며 5할 승률(50.9%)로 주저앉았다.

전혀 무관해보이는 이 둘은 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까? 주식시장과 프로야구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외국인이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비중은 30%대에 머물지만 응집력이 강해 주가 영향력은 국내 기관투자가나 개인에 견줘 훨씬 크다. 프로야구에서도 외국인 티오는 구단별로 3명으로 제한돼있지만 이들의 활약 여부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상반기 내내 코스피 시장에서 ‘바이 코리아’ 행진을 벌이며 9조2500억원의 순매수(매수>매도)를 보이던 외국인은 하반기에는 4조600억원의 순매도(매수<매도)로 돌변했다. 기아 타이거즈의 경우도 유사하다. 외국인 에이스 투수 헥터 노에시는 전반기에만 14연승 무패의 위용을 과시했지만 후반기에는 반타작(5승5패)에 그치고 있다. 평균 자책점도 전반기 3.16에서 후반기 4점대로 높아졌다.

두번째 원인은 주도주(선수)의 부침이다. 코스피의 대세 상승을 이끌었던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는 상반기에 42% 급등했지만 하반기엔 8.6% 상승에 그쳐 대장주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9월 들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지만 코스피의 반등을 끌어내기에는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기아의 4번타자 최형우도 전반기에 해결사의 구실을 톡톡히 해냈지만 9월 들어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전반기 타율 3할7푼4리에 홈런 22개를 때려낸 최형우의 9월 타율은 2할2푼에 홈런은 1개뿐이다.

기아의 최대 약점은 불펜에 있다. 전후반기를 가리지 않고 구원투수들이 꾸준히 ‘방화’를 했다. 블론세이브는 전반기 8개에서 후반기 10개로 늘었다. 특히 9월에만 블론세이브가 6개로 역전패가 잦아졌다. 밤 9시만 되면 심장이 졸깃해져 ‘극장’을 나와 나중에 스코어를 확인하면 결과는 참혹했다. 한화 팬 못지않게 기아 팬으로 살아간다는 건 무척 고단한 일이다.

야구의 불펜에 비유할만한 주식시장의 섹터는 ‘경기 방어주’다. 수출주 등 경기 민감주는 상승 사이클에서는 시세를 분출하지만 하강기에는 변동성이 커져 매우 불안하다. 이 때 구원으로 등판하는 투수가 내수 중심의 ‘경기 방어주’다. 그런데 코스피 구원투수의 방어율도 하반기에 좋지 않았다. 방어주 수익률은 상반기 11.4%에서 하반기 -7.4%로 급락했다.

마지막으로 감독의 역할이다. 주식시장의 감독당국은 작전을 걸거나 그라운드로 들어가는 ‘개입’ 스타일이 아니라 벤치에서 지켜보는 ’관중’ 스타일로 바뀐지 오래다. 예전처럼 상황이 급박하다고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하거나 국민연금기금을 동원할 수도 없다. 밖에서 ‘트럼프’ 노이즈가 요란해도 대책회의를 열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립서비스로 선수들을 다독일 뿐이다. 기아의 김기태 감독은 위기의 순간마다 투수 마운드로 올라가 야수들을 불러모은다. 또 결정적인 찬스에서는 ‘동행 야구’라는 용병술을 펼친다. 최근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할때는 선수 교체나 번트 시점에 대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 결과론이다. 요즘 스포츠 채널에서 ‘기아 명승부’ 시리즈 방영은 뜸해졌고 대신 ‘롯데 자이언츠 명장면’ 모음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가위 연휴를 앞두고 반전의 신호가 나왔다. 열흘 연속 하락하던 코스피는 29일 외국인이 소폭이지만 ‘사자’로 전환하며 이틀째 반등했다. 연이틀 외국인 투수 헥터와 팻딘이 호투한 기아 타이거즈는 3연승을 달리며 우승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코스피와 타이거즈는 ‘가을 야구’가 열리는 10월에도 동행할 것인가? 삼성전자와 최형우의 대반전에 달렸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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