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이 미운오리 새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하자 거품의 재연을 우려하는 시각과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긍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21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견우와 직녀’처럼 만났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4.06 오른 789.38로 장을 마감해,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들어 코스닥 상승률은 25.0%를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4.9%)을 처음 앞질렀다. 한가위를 앞둔 9월말부터 기지개를 켜던 코스닥은 이달 들어 13.7% 급등했다.
반면 코스닥과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코스피 시장의 중소형주 상승률은 여전히 부진하다. 코스피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는 올 들어 28.0% 급등했지만 중형주(101위~300위)는 10.3% 상승에 그쳤고 소형주(301위부터)는 1.9%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코스닥 시장의 강세를 중소형주 전반의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 급등은 코스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코스닥의 신라젠 상승률(888.7%)이 워낙 높기는 하지만 코스피의 삼성바이오로직스(159.6%)와 한미약품(104.4%)도 급등했다.
그렇다면 코스닥 시장의 초강세는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앞서 나간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코스닥 바이오주 열풍은 2000년 닷컴 거품을 연상시킨다. 이 때도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벤처육성 정책이 나오면서 코스닥은 고공비행을 했다.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지금의 카카오), 핸디소프트 등 숱한 황제주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새천년 벽두 2834까지 상승했던 코스닥은 연말에 526으로 추락했다. 새롬기술 주가는 98% 폭락했다.
정보기술(IT) 거품은 2015년에 화장품과 바이오라는 옷을 입고 다시 찾아왔다. 이들 업종이 주도한 코스닥 지수는 7개월 만에 50% 급등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당시 아모레퍼시픽의 시총이 백화점 3사(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를 합한 것보다 2배나 많았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중국 경제의 불안과 미국의 긴축 우려로 국내 증시는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코스닥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 이유를 수출 둔화와 내수 경기 반등에서 찾는다. 지금은 세계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지만, 미국 제조업 업황이 정점을 찍을 조짐을 보이고 중국의 실물지표가 부진해 수출 증가율이 주춤거릴 수 있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소비심리 회복으로 내수 업종의 이익이 증가할 수 있어 코스닥이 상승할 수 있는 초기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은 코스닥 기업의 실적이 4분기부터 반등해 내년에는 이익 증가율이 코스피를 앞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코스닥의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김예은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제약주는 10년 뒤에도 지금의 주가 위로 올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코스닥에도 새로운 주도주가 나타나야 한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999년의 케이티에프(KTF), 2005년의 네이버, 2015년의 셀트리온을 이을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이 코스닥에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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