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혜정(33)씨는 지난달 23일 100엔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진 걸 보고 30만원을 엔화로 환전해 ‘모바일 금고’에 저장했다. 이후에도 엔화가 떨어진 걸 확인할 때마다 10만원, 20만원씩 환전해 금고에 저장한다. 이씨는 “지난 1년 동안 일본을 세차례 다녀왔을 정도로 자주 다니고, 연말에도 일본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 엔화가 떨어질 때마다 편하게 스마트폰으로 바꿔두고 있다”며 “달러도 함께 떨어지고 있어 장기 여행에 대비해 조금씩 환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와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하면서 이씨처럼 모바일로 소액이라도 환전해 저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환전한 돈을 모바일 금고에 저장해두면 당장 현금으로 인출하지 않아도 돼, 급하지 않은 여행 경비용으로 바꿔두거나 소소한 ‘환테크’로 이용한다. 신한은행 써니뱅크 ‘모바일 금고’와 케이비(KB)국민은행 리브(Liiv)의 ‘모바일 지갑’이 대표적이다. 최대 1000만원까지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인출하거나 ‘재환전’해 환테크가 가능하다. 직장인 재테크 온라인 카페에선 “‘엔화테크’(엔화+환테크)로 손해 보더라도 엔화는 여행 경비로 쓰면 된다”고 환테크를 독려하며 모바일 환전 방법을 공유한다.
신한은행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평균 1029원이던 지난 8월엔 써니뱅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환전 모바일 금고로 입고된 엔화가 7468만7000엔이었지만, 9월엔 2억5068만5000엔, 10월엔 8억5409만1000엔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9월에서 10월 한달 새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 시기 엔화 평균은 1022원에서 1001원으로 떨어졌다. 엔화 평균이 990원을 넘긴 적이 없는 이달엔 21일 기준 6억7664만엔을 넘겨 지난달 입고액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시기 달러도 환율 흐름과 비슷하게 모바일로 환전해 저장하는 금액이 변했다. 1달러당 1120~1140원대에서 맴돌던 지난 8~10월 모바일로 환전해 저장해두는 금액도 월별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지난 17일 1년2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붕괴하는 등 급락하는 추세가 이어지자 모바일 환전 금고에 새로 입고된 금액이 크게 늘었다. 10월 달러 환전 입고액이 140만1040달러에서 이달 21일 기준 502만7470달러로 약 3.6배 급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금고는 당장 쓰기 위한 돈이 아니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라 민감하게 바뀐다”며 “통상 달러 거래량이 더 많은데 9월부터 엔화 거래 건수가 역전했다가 최근 달러 환전 건수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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