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최대 주주로 있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용역업체의 비위를 묵인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기업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9월25일부터 주주 감사권에 따라 감사를 실시해오다가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묵인 아래 용역업체가 비위를 저지른 것을 확인해 관련자를 부산지검에 23일 고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는 대구~부산 고속도로와 부속시설인 휴게소를 관리·운영하는 회사다.
국민연금공단 감사 결과,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통행료 수납 업무를 맡아온 ㄱ용역업체는 2015년 이후 3년 동안 용역 인원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용역비 약 12억3천만원을 과다하게 받고 이 가운데 일부를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는 용역 이행 내용을 검사하거나 용역비를 정산하지 않은 채 ㄱ업체가 청구한 용역비를 모두 지급했다. 또 2009년부터 수납 용역을 맡아온 ㄱ업체의 계약 종료(2017년 12월)를 1년 앞둔 2016년 12월에 별도의 입찰 절차도 없이 추가로 3년간 계약기간(계약금액 194억원)을 연장해주는 ‘특혜’를 베풀기도 했다. 아울러 통행료 수납 업무와 무관한 영업소 경비 용역도 입찰 절차 없이 ㄱ업체와 추가로 수의계약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의 이번 고발 조처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을 강조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기업의 불법 행태를 견제하겠다는 첫 시도로 풀이된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고발이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도 주주로서 행사할 수 있는 여러 주주권 가운데 하나인데, 국민연금이 그동안 형사적 이슈에 주도적으로 역할을 한 적이 없었다”며 “가능한 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원칙으로 소극적인 공공성 원칙을 적용해왔는데, 한 단계 진화된 주주로서의 행태를 보인 사례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민의 소중한 기금이 정당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법인에 대해서도 유사 사례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해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엄정 조처하고, 체계적인 관리·감독 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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