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ㅂ씨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판매업자한테 ‘사실상 공짜’라며 제안을 받았다. 판촉용 영화할인권을 횟집에 비치해주면, 234만원짜리 시시티브이를 18만원에 설치해준다는 내용이었다. 36개월 할부로 판매업자가 월 6만원씩 부담하고, ㅂ씨는 5000원만 내면 돼 부담이 적었다. 그러나 판매업자는 딱 한번 6만원을 보내준 뒤 잠적했다. ㅂ씨는 억울했지만 캐피탈사는 “6만원을 지원한다는 이면 계약 사항은 모르는 일”이라며 남은 할부금 전액 227만5000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3일 금융감독원은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사기 할부거래가 연달아 발생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엘이디(LED)전광판, 시시티브이, 블랙박스 등을 공짜나 초저가로 주겠다고 유인해서 시세보다 비싸게 판매한 뒤 잠적하는 수법이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영세사업자들의 어려운 영업 상황을 교묘히 공략해 바쁜 시간대에 제대로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고 엘이디전광판 등이 영업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현혹한다.
이들은 ‘이벤트 당첨’, ‘우수회원(VIP) 혜택’ 등의 솔깃한 말로 유인하면서 사실상 공짜라는 방식으로 캐피탈사의 할부금융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각서 등을 써주며 매달 현금 지원을 약속하면서 캐피탈사에는 비밀로 할 것을 요구한다. 처음 1~3회 정도만 약속한 돈을 준 뒤 잠적한다. 남은 할부금은 영세사업자가 떠안아야 한다. 할부거래법에선 일반 개인소비자와 달리 상행위를 위해 물품을 구입하는 사업자는 청약철회권(계약 취소 권한)이나 항변권(할부금 지급 거절 권한)을 제한해,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캐피탈사 직원이 전화로 할부금융 계약 내용을 설명할 때 판매업자한테 안내받은 내용을 사실대로 답변해야 사기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며 “할부계약을 맺을 때 판매업자의 이력과 평판, 상품 브랜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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