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현 정부 정책 수립자들과 가치관이 다르다”며 내년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4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회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임기 만료를 두달 남긴 시점에서 불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다.
황 회장은 연임하지 않는 이유로 “현 정부를 꾸리고 운영하시는 분들과 제 가치관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어 말했다. 최근 사례로 “지난달 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기업신용공여 한도 200%로 늘리는 방안이 통과됐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지금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라는 외교용어”라며 “이 시대에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라 느꼈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현 정부와 가치관이 다르다”고 표현했지만 황 회장의 재선 불출마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협회장 인사에 대해 한 발언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브리핑에서 “특정 대기업 출신이 기업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서 회장으로 선임된 경우가 많았는데, 다시는 (그런 일이) 나타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황영기 회장은 옛 삼성투신운용과 삼성증권 사장을 맡은 뒤,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금융권을 떠났다가 2015년 2월 금융투자협회장으로 복귀했다. 임기 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등을 성사시켰다.
금투협은 차기 협회장은 공모와 선정 일정을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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