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보이스피싱 역대 최고 피해액이 발생한 사건에 가상통화 거래소가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가상통화 거래소 유빗 파산 선언에 이어 정부가 최근 대책을 내놓기 전에 방치된 거래소 문제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20대 여성이 검찰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8억원을 사기당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보이스피싱 개인 피해액은 3억원이 가장 많았다. 금감원 쪽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사기범은 피해자 ㄱ씨에게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다며 접근했다. 사기범은 ㄱ씨에게 명의도용으로 ㄱ씨 계좌의 돈이 출금될 수 있으니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며 돈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ㄱ씨는 사기범이 일러준 대로 1개의 가상통화 거래소 가상계좌에 보낸 3억원을 포함해 모두 4개의 계좌로 8억원을 송금했다. 사기범은 8억원을 모두 거래소 가상계좌로 옮겨 비트코인을 사고 현금화한 뒤 잠적했다.
가상통화 거래소는 회원명과 가상계좌로의 송금인명이 불일치하면 거래를 제한한다. 사기범은 ㄱ씨에게 송금인명을 자신이 거래소에 가입한 회원명으로 변경해 송금하라고 요구했다. 회원 가입한 이름만 같으면 본인이 보낸 것으로 인정한 시스템 탓에 아무런 문제 없이 3억원이 송금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는 은행에서 본인인증을 받은 1인 1계좌로만 가상통화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말연시에 보이스피싱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월평균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82억원이었는데, 이달 예측치까지 포함하면 28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감원은 “전화로 정부기관이라며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면 일단 전화를 끊고 대표번호로 전화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금인 정보를 변경해 타인 명의의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한다면 ‘100% 보이스피싱’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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