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은행권이 가상통화(가상화폐) 실명확인 시스템을 시행함에 따라 주요 취급업자(거래소) 일부만 이 시스템에 편입될 것으로 보여 현재 중소거래소를 이용하는 100만명 넘는 회원들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거래소 회원사 가운데 은행과 가상계좌 서비스 계약을 맺지 못해 실명확인 시스템에 편입할 수 없는 중소거래소 7곳의 회원 수가 지난 23일 기준 11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거래소 코인네스트(50만명), 코인플러그(35만명), 고팍스(15만1000여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거래소는 실명확인 시스템 아래선 기존 투자자들이 추가로 입금하는 것은 물론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실명확인 시스템은 거래소 법인이 가상계좌와 연결된 모계좌를 개설한 은행과 같은 은행에 투자자의 일반계좌가 있어야만 자유로운 신규 입금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럴 경우 거래소가 부여하는 가상계좌를 통해 기존처럼 가상통화 거래가 가능하다.
중소거래소들은 은행권과 가상계좌 서비스를 포함한 법인계좌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지만 향후 실명확인 시스템이 도입되면 은행권에서 계약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4개 거래소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한은행·엔에이치(NH)농협은행·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을 포함해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한 6개 은행은 새로운 거래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언급하고 있다. 국내 4대 거래소와 서비스 계약을 맺은 한 시중은행은 “기존에 계약을 맺은 거래소에 추가로 가상계좌를 부여하는 문제도 검토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거래소와 신규 계약을 하는 문제는 실명확인 시스템 안착 뒤에나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자금세탁 방지 의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려면 ‘기존 업체 관리만으로도 벅차다’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정부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이후 중소거래소들이 ‘벌집계좌’ 등의 형태로 법인계좌만을 이용해 투자자 돈을 모으면 불법 자금세탁 위험 등을 고려한 은행이 거래 거절을 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퇴출 기로에 놓인 것이다. 한 중소거래소 대표는 “나름대로 실명확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왔는데, 은행이 실사를 포기하는 등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화준 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투기를 잡는 것은 옳은 방향이나 시장의 공정한 경쟁마저 저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한 6개 은행들은 정부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시장에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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