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가상통화(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시작됐지만 은행이나 거래소에 큰 혼선은 없었다. 이미 가상통화 거래소(취급업자)가 거래하는 은행으로 실명계좌를 만든 기존 회원들이 있었고, 신규 투자자 진입은 제한된 탓이다.
국내 거래소 4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은 기존 회원들의 가상계좌를 전날(29일) 회수하고, 이날부터 은행을 통해 실명이 확인된 이들에게 새 가상계좌를 이용해 거래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실명계좌가 확인된 사람들만 가상통화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실명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신규 회원의 계좌 개설 여부에 대해서 은행과 거래소 대부분은 “실명계좌 시스템이 안정되면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코인원만 이날 오후부터 신규 가입자에게도 가상계좌를 부여했다. 예상만큼 혼선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빗썸은 농협은행과 신한은행,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이날 농협은행(농협중앙회)이 아닌 지역농협 계좌로 실명인증을 하려다 안 돼 거래소 쪽에 항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업비트와 거래하는 기업은행엔 오전 한때 문자메시지로 실명인증을 하려는 회원들이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지연되기도 했다.
자신이 이용하는 거래소가 취급하는 은행에서 직접 계좌를 만들려면 요구하는 증빙이 많아 포기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대포통장 개설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에선 ‘금융거래 목적’과 증빙 서류를 요구한다. 재직증명서나 연금증서 등이 필요해 주부나 학생 등의 가상통화 투자가 어려워졌다.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면 하루 창구출금이 100만원, 에이티엠(ATM)과 전자금융이체가 30만원으로 제한되는 ‘금융거래 한도계좌’만 개설된다. 또 은행들이 가상통화 거래를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탓에, 이날 계좌를 만들려고 은행에 들렀다는 한 누리꾼은 “(은행원과 내가) 서로 계좌 발급의 이유를 알면서도 ‘가상통화’ 얘기는 하지 못하는 웃긴 상황”이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중소 거래소 일부는 이전처럼 법인계좌를 이용하거나 전자지갑으로 거래 가능한 코인 거래만 가능하게 해뒀다. 거래소 고팍스는 “법인계좌 운영과 관련하여 은행으로부터 거래 중단을 통보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기존처럼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에이치티에스(HTS)코인은 “코인 입출금은 무관하지만,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서비스를 준비하는 동안 입금을 받지 않는다”고 알렸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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