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코스닥이 31.98 오른 861.94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 제공
최근 미국 증시 폭락에 이어 한국 증시도 롤러코스터를 탄 가운데, 주식 투자를 위해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변동성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코스피(유가증권)와 코스닥을 합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1조4037억원에 이른다. 이는 6개월 전(8조4565억원)에 견주면 35% 증가한 규모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연말부터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가 많은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48% 증가해 절반 가까이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대출받아 주식 투자를 한 금액을 가리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랠리에, 빚을 내 투자한 개인 투자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국내보다 앞서 충격을 받은 미국 증시 급변동에도 같은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2009년 이후 9년 넘게 상승장이 지속하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 증권담보대출 규모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4%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월 말(2.5%) 수준을 넘어섰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레버리지 투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위험이 부각되고, 더 나아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 이번 주가 급변동의 직접적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빌린 돈으로 하는 투자는 변동이 심한 ‘공포 장세’에서 변동 폭을 더 키우는 구실을 한다. 증시 폭락 때 빚을 낸 개인은 불안감이 더 커져 빨리 내다파는 경향이 있는데다 빌린 돈으로 주식을 샀다가 만기 기간에 갚지 못하면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증권사가 주식을 매도하는 ‘반대매매’도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하락장세일 때 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거래소 쪽은 “지난 6일에만 코스닥 시장의 반대매매 규모가 파악된 금액이 130억원으로 전날(49억원)보다 약 2.7배 늘었다”고 추산했다.
투자자가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것을 가리키는 미수거래에 대한 반대매매도 최근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미수거래 반대매매는 일평균 58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2일 112억원 등 3거래일 연속 100억원대를 지속하고 있다. 미수거래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외상으로 주식을 산 뒤 거래 이틀 뒤인 결제일까지 나머지 대금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가 계좌에 있는 주식을 파는 제도다.
이날 코스닥은 전날보다 31.98(3.85%) 오른 861.94로, 코스피는 11.06(0.46%) 오른 2407.62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이날 장중 4% 반등하며 선물가격 급등으로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