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코스피 등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이어 열린 미국 증시는 상승 반전했지만 장중 변동성이 여전히 높았다. 한국거래소 제공
미국발 금리 상승과 주가 급락으로 글로벌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한 자금은 금리의 추가적인 상승을 우려해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머물며 ‘단기 부동화’하고 있다.
11일 펀드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의 자료를 보면, 2월1일부터 7일까지 선진국 주식형펀드에서 329억9천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한 주 전(1월25~31일) 180억330만달러 순유입에서 급반전된 것이다. 이탈한 자금의 일부는 안전자산인 선진국 채권으로 유입됐지만 채권시장 내부에서도 흐름이 엇갈렸다. 머니마켓펀드 등 단기금융상품으로 자금이 몰렸지만 고위험·고수익(하이일드) 채권 펀드에서는 4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이 하락해 투자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에 물가와 같은 방향으로 수익률이 움직이는 물가연동채권으로는 자금이 들어왔다. 주가 급락과 금리 급등 틈바구니에서 글로벌 자금이 갈 길을 잃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투자은행 비엠오(BMO)캐피털마켓은 수주일 안에 미국 국채금리가 3%를 웃돌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기간 신흥국 채권펀드에서는 12억7천만달러가 빠져나가 8주 만에 순유출로 전환됐다. 아시아에서는 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이들 나라의 국채금리가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의 채권을 안전자산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도 2월 들어 채권자금 순유입 규모가 급감했다.
신흥국 주식형펀드는 미국에 견줘 주가가 높지 않다는 인식에 순유입이 유지됐지만 규모는 큰 폭으로 줄었다. 외국인들은 아시아 증시에서 대거 팔자 공세에 나섰다. 국제금융센터가 아시아 7개국 증권거래소 자료를 집계한 결과, 지난주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51억1900만달러로 2015년 8월말 이후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7개 나라 가운데 한국의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다. 국제금융센터는 “약세장 진입보다는 단기 조정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시장 변동성 확대로 신흥국 자산가격의 반등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시각으로 오는 14일 밤에 발표되는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와 소매판매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 급등을 불렀던 미국의 임금 상승이 실제로 소비 증가와 물가 압력으로 연결된다면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은 소비자물가가 1년 전 대비 1.9~2.0% 상승해 12월(2.1%)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1월 물가 상승률이 2.5%로 높았던 기저효과 때문이다. 반면 물가가 월간 기준으로는 전달(0.1%)에 견줘 높은 0.3~0.4%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해석을 놓고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는 월간 단위로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연말 쇼핑효과가 작용한 전달에 견줘 소폭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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