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통화 긴축 시사 발언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연준 의장의 교체기에 종종 나타나는 혼선을 넘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 구성원들의 성향이 대거 ‘매파’ 쪽으로 바뀌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 증시가 휴장인 가운데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연 이틀 약세를 이어갔다. 앞서 2월28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지수는 1.5% 떨어졌고 유럽 증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달러화 가치는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강세가 지속됐다.
파월 의장은 지난 27일 첫 의회 증언에서 개인적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미국의 경제전망을 상향조정했고, 금융시장의 최근 변동성 확대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시티그룹 등 월가에서는 연준이 옐런에서 파월 체제로 이행하면서 ‘수사학의 중요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주목했다. 이날 연방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4회 이상 금리를 올릴 확률이 3회 인상 확률을 추월하기도 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옐런 의장 퇴임 직후 <뉴욕 타임스> 칼럼에서 “시장이 경고신호를 깜빡이기 직전에 트럼프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연준 의장 중 한 명을 교체한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준 이사회와 12개 연방준비은행으로 구성된다. 투표권은 연준 이사 7명과 지역연은 총재 5명 등 12명의 위원에게만 부여된다. 올해 연준은 투표권을 가진 지역연은 총재가 큰 폭 교체된다. 공석인 연준 부의장과 이사 2명에 어떤 인물이 임명되는지도 관건이다. <블룸버그>가 산출한 투표 위원들의 평균 정책성향지수는 지난해 -0.6에서 올해 +0.1로 반전했다. 이 지수는 위원들 성향을 ‘강한 비둘기’(-2)~‘강한 매’(+2)의 5단계로 분류해 평균한 값으로 플러스가 나오면 매파 성향(금리인상 선호)이란 뜻이다.
상원 인준 절차를 밟고 있는 마빈 굿프렌드 이사 지명자는 2008년 이후 양적완화 등 연준의 통화정책에 회의적 태도를 보여 시장에서는 매파로 추정한다. 현재 공석인 부의장 등 이사 3명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슷한 성향을 지닌 인물로 지명할 경우, 매파적 색채가 더 강화된다. 또 새로 선임되는 이사들이 많으면 연준 의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월가에서는 이번 파월의 의회 발언이 다른 이사들의 동조적 변화로 이어져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 횟수가 4회로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저금리를 선호하고 달러 강세를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매파 일색으로 채워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연방준비은행의 투표권 5장은 뉴욕 연은에 고정적인 1표가 주어지고 다른 11개 지역연은이 짝을 이뤄 1년마다 돌아가면서 4장의 투표권을 나눠 갖는다. 하지만 올해는 지역연은 총재 5명이 모두 바뀐다. 당연직인 뉴욕 연은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가 개인적인 사유로 올해 중반께 조기 퇴임하기 때문이다. 옐런 전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비둘기파로 꼽힌다. 게다가 지난해 3차례 금리인상 결정에 모두 반대한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와 대표적 비둘기파인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투표권이 없어졌다. 반면 올해 투표권을 얻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 3명은 매파로 분류된다. 외신 보도를 보면, 이들 중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올해 4번의 금리인상조차도 매우 점진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에 중독된 시장이 끊임없이 금단현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과거 증시 급락 사례와 비교하며 ‘정책 실패’의 위험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이번 증시 하락은 1987년 새로 취임한 연준 의장(앨런 그린스펀)이 금리인상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바람에 국채 투매가 일어난 상황과 닮았다”고 주장했다.
연준과 시장이 탐색전을 거쳐 새로운 소통방식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김일혁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과잉 보호막이 엷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며 “연준의 예측가능한 정책 행보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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