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계획을 승인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등 주요 임원의 선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또 케이비(KB)금융노조가 추진한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반대하기로 했다.
21일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케이비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안건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해 심의한 결과,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케이비금융 지분 각각 5.57%와 9.53%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사용자·노동자·지역가입자 대표의 추천을 받아 9명의 비상임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안건에 대해 심의하는 기구다.
우선 22일 열리는 삼성물산 정기 주총에서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계획을 승인한 사내이사(최치훈·이영호)와 사외이사(이현수·윤창현) 후보와 감사위원(윤창현) 후보 선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전문위는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수행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고 반대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날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도 4명의 이사 후보에 대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도 책임을 물어 반대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역시 삼성물산 합병에 관여한 이사들을 재선임하는 것에 대해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저해한다며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전문위는 23일 열리는 케이비금융지주 정기 주총 안건 가운데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반대하기로 했다. 이번 주총에는 노조가 추천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전문위는 “현재 케이비금융지주 이사회의 구성상 주주제안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가 불분명하고, 적정 비율의 사외이사 구성이라는 의결권 지침의 취지 등을 감안해 반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위에서 후보에 대한 평가는 물론 사외이사 숫자를 늘리는 점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 건이 주총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국민연금은 당시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한 찬성표에 대해 논란이 일자 이번엔 의결권 전문위에 안건을 올려 이런 결정을 내렸다. 지난 15일 의결권 자문사 아이에스에스(ISS)는 권 교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인사 관련 전문가인 권 교수의 전문성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인사보다는 재무, 법, 소비자 보호 분야 전문성 보강이 시급하다”며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전문위는 케이비금융지주의 또다른 주주제안 안건 가운데 최근 5년 이내 공직자 또는 당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이사 선임을 제한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는 것에도 반대하기로 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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