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로 1월 말 신디티아이(DTI·총부채상환비율)가 시행된 데 이어 디에스아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가 26일부터 적용에 들어간다. 흔히 ‘숨겨진 가계대출’이라 불리는 개인사업자대출(자영업자 대출)도 차주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살피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같은 날부터 시행해 가계대출과 유사한 규제 체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뒤따른 세부 조처다.
은행연합회는 디에스아르 시행 등을 내용으로 한 ‘가계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개정을 25일 발표했다. 또 부동산임대업자의 해당 사업 관련 연간 임대소득이 연 이자비용의 1.25~1.5배 이상이어야 대출 승인이 되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규제 등을 뼈대로 한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도 새로 도입해 함께 내놨다. 2016년 도입한 가계대출 가이드라인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도록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앞서 주택담보대출의 상환능력만을 따졌던 디티아이를 넘어서서 모든 가계대출을 고려해 빚 상환능력을 따져보는 디에스아르를 산출하는 시스템을 은행권이 구축·적용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5천만원이고 기존 대출들의 연간 원리금 상환부담이 4500만원인 ㄱ씨가 1년 만기 상환에 연 8% 이자 조건으로 1천만원의 신규 신용대출(연간 원리금 상환부담 1080만원)을 신청하려 하면 디에스아르는 ‘(1080만원+4500만원)/5천만원’으로 산출돼 112%가 된다. 이럴 경우 ㄱ씨의 신용대출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주요 시중은행들이 디에스아르가 100%가 넘을 경우 통상 고위험 여신군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포함해 더 깐깐한 심사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디에스아르는 주택담보대출 말고도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 전세자금 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반영하기 때문에 세부 기준이 관심사였다. 마이너스통장은 대출 실행 여부와 무관하게 한도금액을 10년간 분할 상환하는 것으로 추정해 디에스아르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전세자금 대출은 원금은 반영하지 않고 이자비용만 반영하기로 했다. 디에스아르에서 연소득을 따질 땐 소득세 자료 등을 통한 증빙소득 심사가 원칙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비대면 신용대출은 카드 사용액 등으로 입증하는 인정·신고소득을 통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정소득은 연 5천만원 이상 인정받기 어려워 대출 여력은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통상 디에스아르가 100%가 넘으면 고위험 여신군으로 판단해 정기 점검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대출심사도 신용등급을 살피는 등 더 깐깐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디에스아르 기준선은 은행 자율로 대출 종류와 상품별로 다양하게 적용한다. 통상 무담보 신용대출은 150%, 담보대출은 200%를 마지노선으로 삼는 곳이 많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디에스아르 100% 이상을 예의주시해야 할 고위험 기준선으로 잡았다. 신용대출은 디에스아르 150% 이내, 담보대출은 200% 이내에서 해주되, 따로 신용등급 기준을 두지는 않는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도 고위험 여신군 기준선은 디에스아르 100%로 정했다. 이 기준을 넘기면 신용등급 기준 등을 추가로 적용한다. 우리은행은 신용대출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면서 디에스아르가 150%를 초과하면 대출을 무조건 거절한다. 디에스아르가 100∼150%여도 신용 4등급 이하는 본점에서 신용대출 승인을 따로 심사한다.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이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 중 고위험 디에스아르 대출 비중을 일정 비율 이내로 관리하도록 간접 기준을 올해 4분기부터 제시한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새로 도입돼 은행권에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