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투자기업 임원후보도 추천한다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보고서
7월 기금운용위 심의 목표
“적극적 주주 활동 당부
위임장대결·주주소송도 가능”

국민연금공단. 신소영 기자 [e-mail]

국민연금이 올 하반기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가시화하면서 임원 후보 추천 등 적극적인 주주 권리를 행사할 전망이다.

27일 보건복지부가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맡긴 연구용역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대해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 추천, 위임장 대결, 주주대표소송 제기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당부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 돈을 대신 맡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가입자의 중장기 이익에 기여하도록 ‘집사’(steward·스튜어드) 역할을 강화하라는 취지다. 복지부는 오는 7월께 기금운용위원회 심의를 목표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부지침 제·개정 작업 중이다.

국민연금은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과 중점관리사안 제시,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 개선 등의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 투자회사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어긋난 기업활동을 하면 국민연금이 공개서한을 발송하거나 중점감시회사(Focus List)로 지정해 명단을 공개할 것을 보고서는 권고했다.

또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이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앞서 2012년 하나금융지주 요청으로 관련 학회에 사외이사후보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요청이 철회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밖엔 어떤 시도조차 없었다. 보고서는 “특히 금융감독당국 퇴직자가 감사위원회 상근이사로 선임되는 관례 때문에 감독 부실이 야기된다는 비판이 있는데, 국민연금이 제3의 인물을 후보로 추천하고 이를 해당 금융회사가 받아들일 경우 퇴직자 선임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만약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등의 임원을 추천했는데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위임장 대결도 할 수 있다. 보고서에선 ‘국민연금에 매우 유용한 주주권 행사’ 가운데 하나로 주주대표소송도 꼽았다. 낮은 지분으로도 행사가 가능하고, 손해배상액이 직접 주주에 귀속되진 않지만 주식가치에 반영돼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 입장에선 손해배상 효과를 간접적으로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공개적 주주활동의 경우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에 투자 규모가 크고 위법행위·피해금액이 확인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등의 요건을 만족할 때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단서를 뒀다. 나아가 이런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은 책임 있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제때 공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권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재무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인을 지속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박수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