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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산이 중첩하고 물이 겹겹이라…” 하나금융 김병호 부회장 의미심장 이임사

등록 2018-04-03 18:18수정 2018-04-03 20:47

파벌다툼 우려 표명
“조직생명력 잃게돼”
하나금융그룹 최고경영진이 채용비리 연루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57)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며 ‘조직의 위기’와 ‘말길의 막힘’을 시사하는 의미심장한 이임사를 남겨 눈길을 끈다.

3일 김 부회장의 이임사를 보면, 남송 시대 육유의 한시를 인용해 ‘산중수복의무로 유암화명우일촌’(山重水複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산이 중첩하고 물이 겹겹이라 길이 없나 의심이 들지만, 버드나무 우거지고 꽃이 만발한 마을이 또 나타난다)이란 제목을 달았다. 이는 ‘위기 속에도 희망은 있다’는 뜻도 있지만, 통상 정부 기관장들이 조직이 위기일 때 곧잘 입에 올리는 시구다. 김 부회장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권력다툼을 했던 김승유 전 회장 시절 핵심 업무를 맡아 성장한 이력으로 조직 내부에서 견제를 받는 존재였고, 지난달 23일 주총에서 등기임원인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융지주가 김정태 회장, 김병호 부회장, 함영주 케이이비(KEB)하나은행장 등 3인 사내이사 체제에서 이례적으로 ‘김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 부회장은 사내이사 퇴진에 이어 지주 부회장 보직도 임기가 연장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고 이달 1일 오후 늦게 임직원 전체 메일로 이임사를 보냈다.

김 부회장은 이임사에서 조직 내 ‘배척과 분리’ 등 파벌 다툼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자신의 믿음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 그 심리적 갈등은 너무도 큽니다. 이러한 인지부조화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기 생각과 믿음을 바꾸거나 포기한다면 조직은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라며, ‘치열한 내부 토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엔 현재의 하나금융 조직이 파벌 갈등 등으로 소신을 드러내기 힘든 분위기가 됐다고 보는 시선이 강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은 인사와 감찰 라인이 지주 회장 소수 측근들에게만 집중돼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고, 채용비리 검사를 진행할 때도 재직 중인 임직원한테서도 진술 협조를 얻어내기가 가장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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