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을 개인 계좌로 빼돌리고 보유하지도 않은 코인 매매를 중개한 국내 가상통화(가상화폐) 거래소 2곳의 대표와 임직원들이 횡령·사기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거래소 대표 등이 고객 정보 유출 등이 아닌 횡령과 사기 혐의로 수사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정대정)는 “가상화폐 거래소 2곳의 대표 2명과 임직원 2명 등 모두 4명을 업무상 횡령 및 사기 등의 혐의로 4일 체포했다”고 5일 밝혔다. 체포된 임직원 가운데 업계 5위에 해당하는 코인네스트 김익환 대표도 포함됐다. 다른 한 곳은 코인네스트보다는 규모가 작은 거래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가상통화 거래소 고객의 수백억원대 투자금을 거래소 대표와 임원 명의의 계좌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통상 거래소는 매수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데, 코인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에도 거래소에서 전산상 매매 처리를 해왔다. 거래소가 보유한 코인이 없으면서도 매매를 체결(사기)하고, 고객의 투자금을 개인 계좌로 받아 코인을 사는(횡령) 등의 행태를 보인 것이다. 거래소의 이런 불법행위는 가상통화 투자자들 사이에서 소문은 무성했으나, 이번에 처음 수사기관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체포영장에는 업무상 횡령과 사기 등의 혐의가 적시됐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이나 상법 위반 등으로 혐의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코인네스트는 누리집에 “지난 조사 시점부터 사건 관련 경영진의 참여를 분리했으며, 전문 경영진 체제로 전환되어 운영되고 있다”며 “외부 기관을 통한 회계장부 및 투자자 예치금 공개를 가까운 시일 내에 진행해 고객 예치금이 안전하게 보전되고 있음을 반드시 알리겠다”고 해명했다.
박수지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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