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은 분식회계로 부실을 감추다가 국민경제에 대규모 피해를 입혔다. <한겨레> 자료사진
금융당국이 ‘6년+3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2020년 첫 시행을 앞두고 이를 피하는 예외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이는 ‘회계부정’을 부르는 기업-회계법인 유착 위험 등을 차단하려고 상장사 등이 최대 6년까지만 외부 감사인을 자율 선임하고 이후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또 12월 결산법인인 기업들이 ‘벚꽃 주총’이라 불리는 4월 정기 주주총회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8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전부 개정안을 마련해 4월 중순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9월 말 외부감사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10월 말 공포됨에 따라 민관 합동 회계개혁 태스크포스를 운영한 결과다. 금융위는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 시행령을 11월1일 공포할 예정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그간 회계법인들이 일감을 주는 고객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외부감사에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에서 분식회계가 끊이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다만 개정 외감법은 기업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과거 6년 내 증선위 감리를 받아 위반 사실이 없는 회사 등에 감사인 지정의 예외를 두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선 기업이 예외를 인정 받으려면 감사인 지정 시기가 되기 1년 전에 증선위에 스스로 감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되, 신청 전 감사인 교체를 스스로 약속해야 하고, 감리를 받은 뒤 결과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요건을 붙였다.
또 비상장사들이 외감법상 외부감사 대상에서 빠져나가기 쉽지 않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개정 시행령상 자산, 부채, 매출액, 종업원 수 중 적어도 3개 이상이 일정 규모를 밑돌아야 해서, 기업이 고의로 특정 한두개 지표를 낮춘다고 해서 외부감사를 피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또 4월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할 방안도 마련했다. 외부 감사인에 대한 재무제표 제출시한을 ‘주총 6~1주 전’으로 했던 규정을, ‘3월 말 사업보고서 제출시한 6~1주 전’으로 바꾸어 주총은 추후에 따로 열 수 있도록 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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