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보유한 증권사 4곳에 과징금 34억원을 부과했다. 이 회장에겐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할 의무가 있다고 통보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임시회의를 열어 ‘이건희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보유한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4곳에 대해 과징금 33억99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1993년 8월 기준으로 이 회장의 차명 금융자산이 61억8천만원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각각 신한금융투자 13개 계좌(26억4천만원), 한국투자증권 7개 계좌(22억원), 미래에셋대우 3개 계좌(7억원), 삼성증권 4개 계좌(6억4천만원)이 있었다. 이를 현재 가치로 평가하면 약 2500억원에 이르지만, 과징금은 실명법 시행 당시인 1993년 8월 기준으로 부과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자산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미납 과징금 10%를 가산금으로 모두 33억9900만원을 산정했다. 증권사별로는 신한금융투자가 14억5100만원, 한국투자증권이 12억1300만원, 미래에셋대우가 3억8500만원, 삼성증권이 3억5천만원이다.
증권사들은 먼저 국세청에 과징금을 납부하고 이 회장 쪽에 구상권을 청구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이 회장에게 4개 증권사 27개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도 통보한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지난 2월 법제처가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만들어진 차명계좌의 실제 주인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 과징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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