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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제약·바이오주 ‘회계’가 불안해

등록 2018-04-17 16:34수정 2018-04-17 19:23

신약 성공가능성 0.02% 인데
연구개발비 평균 32%나
비용처리 않고 자산으로

외국선 임상3상 통과 전이나
FDA 승인 전까진 모두 ‘비용’
국내사는 1상부터 ‘자산’
“대부분 적자로 뒤바뀔 위험”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차바이오텍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상장사 대부분은 지난해 결산에서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비용’ 대신 ‘자산’으로 회계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자산으로 처리한 비율(자산화율)이 80%를 넘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아 비용 처리를 안 하면 그만큼 당장에는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장부상 왜곡이 발생한다. 신약개발 임상 초기 단계인데도 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은 뒤 수년 뒤 한꺼번에 손실로 털어낼 경우 그 피해는 투자자들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17일 시가총액 상위 제약·바이오 상장사들 가운데 해당 회계처리 파악이 가능한 20곳의 2017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연구개발 비용의 무형자산 처리 비중은 평균 3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업체인 코오롱티슈진(93.2%) 등 3곳의 자산화율(무형자산/연구개발비)은 80%를 웃돌았다. 반면 연구개발비를 판매·관리비 등 비용으로 전액 처리한 곳은 유한양행 등 5곳에 그쳤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업체 셀트리온은 연구개발비(2270억원)의 74.4%인 1688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구개발비(2216억원)의 35.5%(786억원)를 자산처리했다. 개발비 회계처리 항목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은 기업도 적지 않았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외부 감사인의 ‘한정’ 의견 제출로 최근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해 지난달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회사가 무형자산으로 잡은 개발비에 대해 삼정회계법인은 초기 임상인데다 개발 속도가 늦어 자산화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부분의 신약개발 기업들은 자산화율이 지나치게 높아 향후 회계정책이 엄격해지면 영업적자로 뒤바뀔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가 이처럼 제각각인 이유는 뭘까? 기업회계기준을 보면 자산은 미래에 현금을 유입시킬 가능성이 있는 자원이다. 특히 물리적 실체가 없는 영업권 등 무형자산은 회사가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자산으로 인정된다. 연구개발비도 개발하려는 상품이 돈이 될 가능성이 낮을 경우 자산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 한국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K-IFRS)은 개발비의 회계처리 선택을 회사 자율에 맡긴다. 다만 무형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과 기업의 판매 능력 등 6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자산으로 인정받는다. 이달미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업체별로 외부감사 회계법인과 협의하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으로 회계처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비를 많이 지출하고 자산화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 있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신약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임상 1상→2상→3상→정부 승인→판매’의 단계로 진행된다. 미국 바이오협회 자료를 보면 임상 1상에서 정부 승인까지 성공 확률은 9.6%에 그친다. 국내 제약사의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탄생할 확률은 더 낮은 0.02%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약으로 허가받아 임상 3상을 앞둔 폐암치료제 개발을 지난 13일 전격 중단했다. 경쟁 약물 시판에 따른 신약 가치 하락 탓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해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 신약을 개발해 매출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미국 기업들도 임상 3상 통과나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전까지 나간 연구개발비는 모두 그해의 비용으로 처리한다.

반면 국내 제약사는 임상 전이나 임상 1상부터 자산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 메디포스트는 임상 1상부터 자산으로 처리했다. 박동흠 회계사는 “개인투자자는 회사의 이런 재무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구개발비의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연구개발비를 과도하게 자산으로 처리한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발비의 자산화 시점과 손상 처리 등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회계처리가 기준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철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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