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깜짝 실적
요금 올렸는데도 1분기 신규가입 742만명
악재에 추락하던 페이스북 등 반등 이끌어
기술개발 13억달러 투입…콘텐츠엔 100억달러
현금유동성 좋지 않고 “실시간 콘텐츠가 약점”
요금 올렸는데도 1분기 신규가입 742만명
악재에 추락하던 페이스북 등 반등 이끌어
기술개발 13억달러 투입…콘텐츠엔 100억달러
현금유동성 좋지 않고 “실시간 콘텐츠가 약점”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주요 정보기술(IT)주 ‘팡’(FANG.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주가는 일제히 반등했다. 한달 전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소식이 알려진 뒤 부진을 면치 못해오던 터였다. 그중 주역은 전세계에서 가입자를 늘리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였다. 이날 넷플릭스 주가는 9.19% 오르며 팡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미국 <시엔비시>(CNBC)는 “엔(N·넷플릭스)이 나머지 팡을 돕는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3% 오르며 ‘팡’ 주가상승률 2위인 아마존(21%)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넷플릭스는 나머지 팡 기업들이 각기 악재를 만나 고군분투하는 사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 페이스북·아마존·구글은 악재에 휘청 당시 10% 가까운 주가 상승은 전날 넷플릭스의 1분기 ‘깜짝 실적’ 발표 덕분이었다. 넷플릭스는 1분기 신규 가입자가 약 742만명 늘어 가입자 수가 1억2500만명을 넘겼다고 16일 발표했다. 신규 가입자 수가 시장 예상치 650만명을 웃돌면서 넷플릭스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정규시장 종가보다 4.9% 뛰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37억달러(약 3조9000억원)에 달했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보도 직후 한달(3월19일~4월19일) 동안 팡의 주가변동률을 보면, 페이스북(-9.18%), 아마존(-0.94%), 구글(-3.96%)과 달리 넷플릭스(4.47%)만 상승했다. 최근 1~2년간 미국 증시를 이끈 대표 아이티 주식으로 불리며 군림하던 ‘팡’이지만,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심리가 몇달 새 이어진데다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한달 새 여러 악재도 겹쳤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가장 큰 악재를 만난 페이스북은 사고 보도 뒤 첫 거래일인 지난달 19일, 주가가 6.8%나 추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367억달러(약 40조원)나 증발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연달아 트위터 공격을 받았다. 아마존은 미국 우편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주·지방 정부에 세금을 거의 혹은 전혀 내지 않고, 수많은 소매상을 망하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의 트위터 글을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네차례나 남기자, 미국 정부가 세무조사나 반독점법을 이용해 아마존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아마존 주가는 2일에만 5.2% 급락하며 휘청댔다. 구글도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회사 유튜브에서 총기 사고가 일어나 4명이 다치는 악재를 만났다. 유튜브의 필터링 정책으로 자신의 조회수가 줄어들어 반감을 품은 유튜버가 저지른 일이었다.
■ 넷플릭스 승승장구, 언제까지? 넷플릭스의 1분기 실적은 특히 ‘요금 인상’을 단행한 뒤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스탠더드 요금을 월 9.99달러에서 10.99달러로, 프리미엄은 11.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올렸다.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월가 추정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신규 가입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1분기 신규 가입자 742만명 가운데 국외 가입자만 546만명에 달했다. 넷플릭스의 실적 발표 이후 티디아메리트레이드의 제이제이 키너핸 수석 시장전략가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첫번째 지표였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1997년 우편 디브이디(DVD) 대여 사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기술 발달로 동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해지면서 영화와 드라마 등의 판권을 사서 가입자가 정기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광고에 대한 의존 없이 오직 가입자의 이용요금으로 실탄을 확보했다. 넷플릭스의 성장을 경계한 제작사들이 판권 비용을 올리자 2013년 넷플릭스는 처음으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자체 제작했다. 이 작품으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대박’이 나자 넷플릭스는 본격적으로 콘텐츠 투자에 올인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시리즈를 늘려나가는 것을 사업의 핵심으로 삼은 것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주요 아이티 기업으로 묶이지만 스스로 미디어 기업이라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는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에 100억달러 넘게 쓰는 반면 기술 개발에는 13억달러 정도만 투입한다”며 “아이티 기업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에선 유료 케이블티브이(TV)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말을 뜻하는 ‘코드 커팅’(유선 절단) 흐름을 넷플릭스가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지난 1월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표한 ‘2017 소비자 조사’에서 미국 내 조사 응답자의 73%가 유료 티브이 패키지에 가입했고, 또 73%가 넷플릭스로 분류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집계됐다. 응답자의 82%는 스포츠 생중계를 볼 필요가 없다면 유료 티브이를 해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년층과 1인가구를 중심으로 케이블티브이, 아이피티브이 등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발표를 보면, 유료방송을 해지한 가구 비율은 2015년 3.13%에서 2017년엔 6.86%로 늘었다. ‘보여주는’ 티브이가 아닌,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영상을 선택해 볼 수 있는 넷플릭스, 티빙, 유튜브 등으로 옮겨간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국가별로 발표하지 않지만, 국내 가입자는 30만~4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앞으로는 어떨까. 실리콘밸리에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되었을 때 ‘넷플릭스 당했다’(Netflixed)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넷플릭스 영향력이 커왔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강점으로 꼽히는 자체 콘텐츠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인해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은데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훌루, 디즈니 등 후발 경쟁 상대의 추격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하다>의 저자 문성길 경기콘텐츠진흥원 산업본부장은 “넷플릭스의 약점은 스포츠나 뉴스 등 실시간 콘텐츠인데, 그 부분이 보완된다면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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