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지침을 고쳐 ‘주주가치 증대’라는 원칙을 집어넣어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명확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개정하면서 이처럼 집중투표제에 대한 원칙을 마련했다고 30일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행사하는 것이 아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갖고 지지 후보 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이사를 3명 선출한다면 1주를 가진 주주의 의결권은 3개고, 3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는 뜻이다.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소액주주의 권한이 강해지고, 대주주의 전횡을 압박할 수 있다. 최근 미국계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다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24일 법무부는 ‘자산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집중투표제에 대한 의결권 지침 개정이 뒤늦게 알려지자, 재계에선 “엘리엇 입맛대로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에 찬성할 것” “경영권 위협이 크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에 복지부는 “기존 의결권 행사지침에도 집중투표제에 대한 찬반여부 판단 규정은 이미 있었다”며 “개정안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집중투표 안건이 상정됐을 때 국민연금도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도록 판단 근거를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2005년 마련된 의결권 행사지침 제정안에도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안에 반대하고, 집중투표제 배제조항을 삭제하는 안에 찬성한다’고 원칙적으로 집중투표제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혀두었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할 수 있다’고 예외규정을 뒀다. 지난달 개정된 지침안엔 근거를 명확히 한다는 취지에서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주주가치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의결권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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