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판매 현황을 점검하고 애로 사항 등을 들었다. 금융위 제공.
출시 20여일 만에 2조원이 몰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코스닥 벤처펀드’(벤처펀드)가 공모 투자자에 유리하게 개편된다. 벤처펀드가 고액 자산가나 기관들이 몰리는 사모펀드 위주로 지속되면, 일반 국민에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취지가 퇴색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벤처펀드의 사모펀드 쏠림을 완화하고 공모펀드를 키우는 내용을 담은 ‘코스닥 벤처펀드 균형성장 방안’을 1일 발표했다. 상반기 안에 관련 규정을 고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벤처펀드는 펀드 재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뒤 7년 이내의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 기업이 발행한 주식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전체 펀드 설정액의 15%를 벤처기업이 발행한 신주나 무담보 전환사채(CB·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주식을 살 수 있는 채권)에 투자하는데, CB와 BW를 공모펀드에 편입하기 어려워 펀드가 사모 위주로 조성됐다. 지난 26일 벤처펀드 판매액 기준으로 공모펀드(5236억원)가 사모펀드(1조4233억원)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코스닥 벤처펀드 균형성장 방안과 추진계획 일정. 자료: 금융위원회
금융위가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내놓은 방안은 다섯가지다. 네가지는 공모펀드 투자에 유리하게끔 고쳤고 한가지는 사모펀드에 불리하게 개편해, 결과적으로 공모펀드에 대한 유인을 키웠다.
우선, 펀드 규모별로 가중치를 둬서 펀드 순자산이 클수록 공모주 배정을 많이 받도록했다. 현재 상장주관사는 자율적으로 공모주 물량을 배정하는데, 장기 의무보유하거나 높은 가격 등을 제시할 경우 물량배정에 우대해 소규모·사모펀드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 공모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용평가사 신용등급이 있는 CB, BW 채권만 편입이 가능했는데, QIB(적격기관투자자) 시장에 등록된 무등급 CB, BW 채권에 대해서도 공모펀드 편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공모주를 신청할 때 공모펀드의 신청물량에 대한 순자산 10% 이내 청약제한도 폐지한다. 기존엔 1000억원 공모펀드는 10%인 공모주를 100억원까지 신청할 수 있었다. 사모펀드는 이런 제약이 없어 같은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모펀드가 잠정 판매중단(소프트 클로징)한 뒤, 추가로 펀드를 조성할 때 현행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기간이 15일인데 이를 절반(7일)으로 줄인다. 같은 운용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신고서 효력 발생기간이 길어 추가 펀드를 조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공모펀드 운용사는 벤처펀드 규모가 약 2~3천억원 정도 되면 1차로 판매중단하고, 신주비율을 충족한 뒤 추가 펀드를 조성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사전이 아닌 사후 신고를 한다.
끝으로 사모펀드는 환매금지 기간을 둬 장기투자를 유도한다. 금융위는 사모펀드는 일정기간(1년6개월 등) 환매금지 기간을 두고 운영하는 경우에 한정해 공모주 우선배정 참여자격을 주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처럼 환매제한 규정이 없으면 세제혜택에 관심이 적은 고액자산가들은 공모주 혜택으로 수익을 내고 팔고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벤처펀드도 덩치가 큰 ‘골리앗 펀드’만 살아남게 될 것으로 관측한다. 투자자문사 플레인바닐라 김경식 대표는 “공모주 우선배정이 펀드 규모에 따라 달라지면서 운용사들도 대규모 펀드 조성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골리앗 펀드’가 실책하게 되면,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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